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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역대급 불통 정부의 알권리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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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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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역대급 불통정부이다. 민주화 이후 이만한 불통정부는 없다.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다. 대통령이 미디어 매체 앞에 자주 서는 것도,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소통이다. 이런 소통 방법 중 기본적이고 가장 안정된 시스템이 정보공개제도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표로도, 체감으로도 정보공개 수준이 역대 최하이다.

지난 10월 초에 발표된 ‘정보공개 연차보고’에 의하면 정보공개 전부 공개 비율이 2022년에는 75%이던 것이 2023년에는 74%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 수치다. [『정보공개연차보고서』 (행정안전부, 2024년 판 ), 25쪽]

체감하는 정보공개는 더 최악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정보공개 처리는 극악한 불통이다. 필자는 올해 초 대통령실 기록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통령선물등록대장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한 달 뒤에야 국방 등 국익침해를 이유로 비공개했다. 이른바 디올백이 대통령선물이라면 지침에 따라 선물등록대장에 등록해 놓았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대통령선물로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국방 등 국익침해’를 이유로, 그것도 청구한 지 한 달이나 지나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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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비공개 근거조항으로 ‘국방 등 국익침해’를 들었다.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더니 답변 기간 2주를 꽉 채워 기각했다. 선물등록대장이 국익침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거니와, 어렵고 복잡한 사안도 아닌데 처리 기간을 최대한 지체하여 통지했다. 이의신청을 기각한 이유가 뭔지 알고 싶어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와 운영 및 위원현황을 청구했더니 이것 역시 비공개했다.

이런 윤석열정부가 국민의 알권리인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정보공개 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 참고).

정보공개는 공무원의 정보 제공이 아니라, 시민의 알권리가 우선하는 기본권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업무부담이나 불편 때문에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정부가 주장하는 ‘정보공개의 부당 청구’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어떤 청구인은 45만 건 넘게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상위 10명은 무려 118만 건을 신청해 전체 약 511만 건의 23%를 차지하는 등 과도하다고 할만하다.

정부는 그동안 알권리를 가로막던 독소조항과 정보공개 운용상의 문제는 외면하고 부당과 과도함만을 따지고 있다(<정보공개 청구권 제한보다 알 권리 침해 요소 제거가 먼저다> 뉴스타파 2024.01.30.). 청구권을 제한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운용상의 문제점과 시스템 정비로 과도 청구 문제를 해결할 방안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제도부터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모든 사안을 하나하나 통제할 수 없기에 제도의 운용은 매우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 자그마한 균열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제도의 취지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면 안 된다. 아동복지법 제 17조 상의 신체적·정서적 학대의 모호함으로 인해 교권 침해 논란이 일어나고, 학교 교육을 크게 흔들게 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부당하고 과도하다” 정부 주장에도 매우 모호하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부당하고 과도한 청구”라고 지목하고 그것을 제한하는 순간 미세한 틈이 생기고 결국 정보공개 운용 자체를 크게 흔들게 된다.

정보공개법 관련 개정안 제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1대 국회 회기 말미에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제출됐다가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국회 의 개정안에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종결 처리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청구가 부당하다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하다는 표현이 모호하고 기관이나 부서가 임의로 종결 처리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를 끼워 넣은 것이다.

그러나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는 임의 종결 처분의 객관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정보공개심의회는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기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형식적인 서면심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기관의 입장에서 청취하고 면죄부를 줘 오히려 청구권 제한을 합법화해주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는 최종 판단을 위한 의결이 아니다.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를 무시하고 기관장이 다른 결정을 내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정보공개심의회는 임의 종결의 절차로는 적절하지 않다. 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것을 △실제로 해당 정보를 취득하거나 활용할 의사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경우, △정보를 특정하지 않거나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청구하여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되는 경우 등 세 가지로 추정한다고 한다. 이 세 가지는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이것들에 해당하는 것을 청구를 받은 기관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보공개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이며 또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방대한 양을 청구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라는 것도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판단해 악용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사안에 대한 기록 일체”라거나 “최근 몇 년간 어떤 사안에 대한 기록 일체” 등의 청구는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과도한 청구이므로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청구인, 특히 언론사나 연구자 등은 실제로 다년간 축적된 공공기관의 정보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탐사보도의 경우 이런 청구는 필요불가결하다.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도 다년간 모든 특수활동비에 대한 정보를 취득해서 분석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특정해 보도할 수 있었다. 만약 언론의 정보공개청구를 방대한 양이어서 과도한 청구라며 임의로 비공개 처분을 내리고 종결한다면 탐사보도와 국민의 알권리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방대한 양을 청구했다는 사유로 정보공개를 임의 종결하는 건 공공기관이 청구 이전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도 야기한다. 예컨대 목록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정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방대하고 포괄적이어서, 청구가 부당하고 과도하다고 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나 언론사의 반대가 거세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정말로 불가피하게 정보공개청구를 임의 종결하려면 반드시 다른 기관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그 동안 시민단체에서 주장해 왔던 ‘정보공개심판원’ 같은 기관의 신설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보공개에 대한 행정심판기능을 가진 독립적인 정보공개심판원 운영을 통해 시민의 알권리침해를 구제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제안을 받아 정보공개심판원을 설치하고, 임의 종결 관련 심의의결 기능을 추가하면 그나마 부당한 임의 종결이라는 비판을 조금이라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뉴스타파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 / 전 서울기록원장 tigersw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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