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보험 vs 무해지보험, 보험료 비교/그래픽=김지영 |
일반보험 vs 무해지보험, 해약환급금 비교/그래픽=김지영 |
금융당국이 제시한 해지율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무·저해지보험의 보험료가 5~15% 인상된다. 해지율 가정은 올해 결산부터 변경되지만 상품 개정은 내년 4월까지 시차를 두면서 내년 1~3월 역대급 절판 마케팅이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무저해지 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 대부분은 금융당국의 원칙 모형에 따라 해지율 가정을 변경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당장 올해 결산부터 CSM(계약서비스마진)이 급감하고 일부사는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 보험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당국의 권고선인 150% 밑으로 급락하는 회사도 속출하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선 무저해지 보험의 보험료가 5~15%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저해지 보험은 가입 초기에 해약을 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덜 주는 대신 보험료가 일반보험 대비 평균 33% 저렴한 상품이다. 그런데 해지율 모형을 바꾸면 계약자가 당초보다 덜 해지할 것으로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험사에 부담이 늘어난다. 늘어나는 부담 만큼 보험료가 더 올라간다.
다만 보험료는 당장 오르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원칙 모형 변경은 올해 결산부터 적용하되, 상품 개정은 내년 1분기까지로 수 개월 시차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적용 해지율을 바꿔 보험료를 재산출하고, 기초서류 작성·내외부 검증·전산 반영 등을 위해선 3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무저해지 상품 전면 개정을 앞두고 내년 3월까지 '절판 마케팅'이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똑같은 무저해지 상품이라해도 내년 4월부터는 지금보다 보험사별로 5~15% 가량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일부사가 원칙 모형이 아닌 예외 모형을 적용하더라도 보험료는 인상된다. 다만 인상폭만 10% 전후로 낮을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새 상품 출시일을 내년 4월로 명시한 만큼 굳이 더 비싼 상품을 남보다 먼저 팔려는 보험사는 없을 것"이라며 "규제 효과로 가격 인상이 예고됐기 때문에 일부 채널에서는 벌써부터 절판 마케팅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지난 1분기 전체 상품의 약 60% 이상을 무해지로 판매했다. 2018년 11.4%였으나 2021년 30.4%, 2023년 47.0%로 올랐다. 특히 유병자 간편보험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격전'이 벌어지면서 이 상품의 무해지 비중이 70%를 돌파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변경된 회계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무해지상품에서 일정 수준 이익이 나올 수 있다. 완전히 적자 상품은 아니다"며 "유일하게 잘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에 최대한 3월까지는 판매 경쟁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보험료가 올라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좁아졌단 비판도 나온다. 무저해지 상품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일반 상품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아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다만 4월 이후 보험료 인상에 따라 매출 감소를 우려한 일부 보험사는 보험료를 덜 인상하는 대신 사업비(수수료 등)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설계사들이 판매를 덜 할 수도 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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