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창 "숨겨진 갈등·분쟁 찾아내라"…
경제부진 속 팽배한 사회불만 표출되는 듯
중국 내수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중국경제 하강국면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시내 관광지 중 하나인 난뤄구샹(남라고항)을 찾은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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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히 감시·통제되는 중국 사회에서 이례적으로 '묻지마 식' 대형 폭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일주일 새 43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10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중국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일자리 등 경제적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부진에 따른 불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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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석 직접 나서도...일주일새 또 묻지마 강력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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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주요언론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이싱시에서 지난 16일 한 대학생이 무차별 칼부림을 벌였다. 8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이 참사는 주말 내내 중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으나 이날 현재는 주요 언론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 온라인에는 대신 중국 정부가 이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지난 12일 밤에는 또 다른 사건이 중국 남부 도시 주하이에서 터졌다. 주하이에어쇼 개막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주하이 시내 한 스타디움 바깥 트랙에서 운동하던 군중 속으로 62세 판모씨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몰고 돌진했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구역으로 난입한 이번 사고로 무고한 시민 3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 등을 실시하는 영상이 공유되며 민심이 크게 동요하자 이례적으로 시 주석이 직접 나섰다. 그는 "극도로 사악한 사건"이라며 "범죄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또 지방정부에 "위험 예방 및 통제를 강화하고 갈등과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직접 나선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칼부림 참사의 피의자 쉬모씨는 이싱 우시공예직업기술학원에서 무차별적으로 대상을 공격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됐던 당시 영상에는 학교 기숙사 곳곳에 낭자한 혈흔과 공안요원들이 학교에 진입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풀숲에 숨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찔렀다는 구체적인 공격 정황들도 나왔다.
주하이 차량 돌진 참사 현장./사진=관련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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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칼을 살 때도 인적사항을 등록해야 할 정도로 관리가 철저하고, 총기 등에 대한 관리는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또 거의 사각이 없는 CCTV(폐쇄회로티비)망과 온라인 동향 관리 등도 중국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다. 대부분 대형 범죄는 예방되거나 추적된다는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은 분기탱천한 개인의 묻지마 식 범죄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 사회의 불안감도 커진다. 이번 일련의 두 사건 이전에도 지난 9월 상하이 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칼부림으로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지난달엔 베이징 시내 한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 세 명을 포함한 5명이 흉기난동 사건으로 다쳤고,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있었다.
지난해 1월에도 남부 광저우에서 행인에게 차를 몰고 돌진해 6명이 죽었고, 2021년엔 북부 다롄에서 비슷한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두 사건의 범인에 대해서는 모두 신속하게 사형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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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여건 어려워...'숨겨진 사회 갈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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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진 두 건의 범죄가 특히 눈길을 끄는건 두 건 모두 경제적 이유가 배경에 있다는 거다. 대학에서 칼을 휘두른 쉬모씨가 쓴 유서가 온라인에서 확산했는데 그는 "(인턴으로 고용된) 공장에서 악의적 임금체불을 당했으며, 보험금액과 추가근무비도 주지 않았다"며 "공장 노동자들은 매일 죽기살기로 2~3교대로 16시간 일하는데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유서는 지금은 온라인에서 대부분 삭제됐다.
사건 관련 조사가 이뤄진 후 밝혀지겠지만 유서 내용만으로 보면 사실상 생활고를 비관하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무고한 인물들에게 칼을 휘두른 것으로 해석된다.
운동하는 중국인들 사이로 차를 몰고 돌진한 판모씨 역시 경제적 문제를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직후 자살을 시도, 혼수상태로 전해졌는데, 중국 당국의 예비조사 결과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에 불만을 품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 속에 해당 사건들에 대해서는 논평이 사실상 금지돼 있지만,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고조되는 사회불만이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싱 칼부림 사건 현장 영상./사진=관련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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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은 관련 내용이 게시된 온라인 포스팅에서 "경제 부진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소홀함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치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따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에선 1년에 총기사고로 4만8000명이 죽었다는데, 중국의 상황은 훨씬 낫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중국 최고지도층도 사실상 사건의 배경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위험 예방 및 통제를 강화하라"면서 "갈등과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갈등과 분쟁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리창 국무원 총리도 이번 사건 관련 "숨겨진 위험과 사회갈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일관되게 사회 갈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갈등 해결은 향후 중국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내 연구기관 관계자는 "중국 정부로부터 가공된 데이터만으로도 중국 사회에 뭔가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중국 정부가 사회갈등 해결 문제를 더이상 외면하긴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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