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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박상욱의 기후 1.5] 트럼프도 못 막을 에너지전환? 앞으로의 에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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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62)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로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은 지난 11일 '트럼프 2기 정부의 기후 관련 예상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미국의 기후정책 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속가능성장실 측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바이든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넘어 유엔기후변화협약 자체를 탈퇴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지역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층임을 고려할 때, 전면적인 폐기보다는 부분적인 축소가 유력하다”며 “사업 범위를 줄이거나 기준을 엄격하게 변경함으로써 재정지원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밝혔습니다. 에너지 정책의 경우,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으로 재편될 걸로 내다봤습니다. 전기차 지원의 축소 및 배출가스 규제의 완화 등으로 전기차의 생산 및 구매 유인을 축소할 것이라고도 예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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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는 최근 '에너지 아웃룩 2024'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IRA의 대대적인 변화와 저탄소 기술에 대한 지원 축소가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오헬리앙 아멜 전략 및 지속가능성 담당 사장은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전환의 속도를 결정지을 것”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지금의 추세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로 흘러가진 않을 거라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토탈에너지는 '에너지 아웃룩 2024'에서 시나리오에 따른 2050년까지의 전망을 담았습니다. 전 세계 일차에너지 수요에 있어 현재 석유 30%, 석탄 27%, 천연가스 23%로 화석연료가 80%에 달하지만, 이러한 화석연료의 비중은 2030년 74~75%로 소폭 줄어들고, 2050년엔 41~56%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면 청정에너지 가운데에서도 태양광과 풍력만의 비중은 현재 2%에서 2030년 5~7%로 높아지고, 2050년엔 15~29%에 달할 걸로 전망했죠. 수력과 바이오에너지 및 기타 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할 경우, 그 비중은 최대 45%에 이를 것이라는 게 토탈에너지의 예측입니다.

최종 에너지 사용에 있어선 전기의 비중이 2050년 30~40%에 달하며,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50~6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승용 및 경상용차의 45~70%가 배터리전기차 등 무공해차일 것으로 전망했죠. 화석연료의 시대를 좌지우지한 전통의 에너지 기업조차 에너지전환의 흐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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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을 두고 다양한 예측들이 쏟아지는 것은 올해가 기후변화 대응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절반에 달하는 8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올해 선거가 진행된 것입니다. 당장 대선을 치른 미국의 경우,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4%를 차지하고, 글로벌 수요 8%의 EU(유럽의회 선거), 7%의 인도(하원 선거), 5%의 러시아(대통령 선거)와 4%의 이란(대통령 선거), 2%의 한국(국회의원 선거)과 인도네시아(대통령 선거) 등이 대표적입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가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여러 나라의 선거 켐페인에서 에너지 이슈가 두드러졌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강화될 수도, 변화의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가득한 상황에서 글로벌 에너지전환은 어떻게 될까. IEA도 World Energy Outlook 2024를 공개했습니다.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지, 우리의 계획이 실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나리오별 결과들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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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에너지와 관련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여전히 감축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 당시보다 지금의 배출이 더 많은 상태이죠. 이미 발표된 각국의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인 STEPS(Stated Policy Scenario)에 따르면, 이 배출량은 적어도 2025년까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후 매우 천천히, 그리고 적게 줄어들면서 2032년이 되어서야 34.96Gt으로 2015년보다 적어질 수 있고요. 이처럼 더딘 감축은 결국 더운 미래를 부르게 됩니다. IEA는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1850~1990년) 대비 2℃는 물론, 최대 2.5℃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미 발표된 정책보다는 좀 더 야심차다고 할 수 있는 APS(Announced Pledges Scenario), 각국의 선언 내용 기반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는 어떨까요. 2030년에도 전 세계에선 여전히 32Gt의 매우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낼 전망입니다. 이후 2040년, 2050년… 뒤늦게나마 감축의 속도를 높인다곤 하지만, '1.5℃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되죠. 결국, 기온의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둘 수 있는 시나리오는 NZE, 2050년 넷 제로 시나리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넷 제로 시나리오를 이행하기 위해선 전 지구 배출량이 올해 정점을 찍어야 합니다. 즉, 2025년부턴 배출 그래프의 기울기가 음의 방향으로 돌아서야만 하는 겁니다. 2028년 30Gt 선을, 2032년엔 20Gt의 선을 깨며 빠르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2035년 13.48Gt이라는, 지금의 36% 수준의 배출량을 기록해야만 하고요. 그렇게 했을 때, 우리는 간신히 1.5℃ 목표를 사수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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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주요 발전원별 발전량이 어떻게 달라질지 내다봤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STEPS(기 발표된 정책 기반 시나리오)에 따른 발전량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2023년 기준, 석탄(10,600TWh)-천연가스(6,500TWh)-수력(4,200TWh)-원자력(2,800TWh)-풍력(2,300TWh)-태양광(1,600TWh) 순서였던 발전원별 순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뀔 전망입니다. 오랜 시간 '부동의 1위'였던 석탄은 2026년 10,900TWh를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며, VRE(Variable Renewable Energy, 변동성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은 점차 증가폭이 커지는 식으로 말이죠.

풍력은 당장 내년 2,900T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서고, 태양광은 이듬해인 2026년 3,300TWh의 발전량으로 원자력(2,900TWh)과 풍력(3,200TWh)을 추월할 전망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두 VRE는 2030년 각각 6,500TWh, 5,000TWh 가량의 발전량을 기록하며 천연가스 발전량(6,900TWh)을 바짝 추격하게 되죠. 그리고 2033년, 태양광은 위 그래프의 모든 발전원을 압도하는 9,000TWh의 발전량으로 '전 세계 제1 발전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어 2035년엔 풍력이 7,500TWh의 전력을 생산하며 VRE가 '글로벌 1, 2위 발전원'이 된다는 것이 IEA의 예상입니다. 이는 IEA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로, 세계 각국이 선언한 바만 이뤄진다면 이러한 순위 변동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인다는 것은 '다른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다른 에너지'라 함은 전기이고요. 전기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IEA는 2010~2023년 사이,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연평균 약 590TWh씩 늘어왔던 것과 달리, 앞으론 연평균 932TWh씩 증가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화석연료 등의 대체로 등장하게 된 '신규 수요'의 몫은 지금까지 전체 수요 증가분의 3.4%에 불과했지만, 앞으론 26.3%로 4분의 1을 넘어설 전망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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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난 260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에너지전환? 이래도 망(網), 저래도 망(網), 그러면 망(亡)〉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에 있어 지역별 격차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2023년 기준, 전국 전력 소비량의 40%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전력 생산의 42%는 강원도와 경상권 일대 동해안에 집중됐습니다.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일대에 대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되어있음에도 수도권의 수요를 충당하기엔 한참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믹스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별 전력 소비량과 발전량 통계를 살펴보면, 이 문제는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지역별 발전량을 소비량으로 나누면, 그 지역이 얼마나 '타 지역발 전기'에 의존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력 소비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도내 다수의 가스화력발전소에도 불구하고 62.5%의 자립도를 보였습니다. 전력 소비 2위인 충남은 세계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이 밀집한 곳 중 하나인 덕분에 213.6%라는 숫자를 기록했고요. 전력 소비 3위 서울의 자립도는 10.4%에 불과합니다. 전력 소비 4위 경북은 215.6%, 5위 경남은 123%, 6위 전남은 197.9%, 7위 울산은 94.4%, 8위 충북은 10.8%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전력 소비 상위에 해당하는 이들 지역 중 이상적인 숫자인 100%에 근접한 지역은 울산 뿐. 극도로 자립도가 낮거나, 극도로 자립도가 높은 이 숫자는 신규 발전소의 건설에도, 신규 송전선로의 설치에도 강한 반발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특히, 지역 내 수요의 배 가량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지역에선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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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분산형 에너지라 불리는 재생에너지의 연간 발전비중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니 이를 늘리면 해결이 될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론 이 또한 어려워 보입니다. '분산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린 재생에너지마저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기준, 전국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 바이오, 폐기물) 발전설비의 33%가 전남과 전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정의에서 '분산형'이라는 표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수요지와 공급지의 불균형을 해소할 때의 일입니다. 이런 방식의 확산은 단기적으론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장기적으론 송전망 확충 압박의 증가를 심화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결국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선 여러 부처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그리고 다양한 지역과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이는 융합과 논의가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력수급을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합니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및 BIPV 도입 등을 추진할 국토교통부, 발전 및 송배전 설비의 설치와 더불어 국제사회와 약속한 보호구역 확대를 연계할 수 있는 환경부,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을 책임질 농림축산식품부, 해상풍력 확산의 키를 쥔 해양수산부, 그리고 뭍과 바다 각지에서 에너지 관련 설비 설치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방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이는 전기공학자만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한 일입니다. 전기를 수소나 암모니아 등 다양한 매개체로 전환하고 활용하는 해법을 찾는 화학 및 재료공학자, 그 기술의 가치와 상용화의 길을 제시하는 경제학자, 그리고 아이디어를 현실 정책으로 만들어 사회에서 실현되고 수용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정책학자가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중앙 정부와 전문가들만으로 에너지전환이 실현될 수는 없습니다. 발전설비가 설치되거나 송배전 설비가 지나가게 되는 장소이자, 청정에너지의 수요자이기도 한 지방자치단체, 이런 설비를 공급하거나 그 결과물인 청정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산업계, 지자체나 산업계의 일원이기도,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권자 또는 주주이자 직접적으로 새로운 설비의 설치로 삶에 영향을 받는 시민사회도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에너지전환을 그저 발전원의 전환으로만 좁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는 진정 에너지전환에 나설 준비가 된 것일까요. 남의 일, 다른 부서의 일, 다른 부처의 일, 다른 전공의 일, 다른 분야의 일로만 바라보는 지금의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 에너지전환의 첫 걸음은 시작될 것입니다. 마치 기후변화를 남의 일, 다음 세대의 일로 여기다 뒤늦게나마 '내 일', '내일'로 바라보며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이 조금씩 나아갔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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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박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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