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섬 1뮤지엄’ 프로젝트 첫 결실… 신안 도초도에 엘리아손 작품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57) 작품 ‘숨결의 지구’가 들어섰다. 면적 55.28㎢, 인구 2374명, 목포에서 배를 타고 2시간 30분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이다. 지난 13일 도초면 지남리 도초수국정원에서 ‘숨결의 지구’ 준공식이 열렸다. 가이즈카향나무가 조성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정상에 둥근 돔 형태의 구조물이 보인다. 무덤 속을 들어가듯 내부 터널을 통과하면 쏟아지는 하늘빛과 함께 구가 활짝 열리고, 색색의 타일에 반사되는 자연광 때문에 3차원과 2차원을 넘나드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엘리아손은 “언덕을 올라와 주변을 돌아서 내부에 들어오는 과정이 모두 작품”이라고 했다.
‘숨결의 지구’는 신안군이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초청해 대자연의 바다, 땅, 태양을 주제로 신안의 풍경을 작품으로 녹여내는 ‘예술 섬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다. 15일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군은 우리나라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인구 소멸로 없어질 고위험 지역 1위”라며 “전국 재정 자립도 최하위권인 신안군을 살리려면 마늘, 대파, 양파 농사 짓는 게 다가 아니다. 이 작은 섬을 문화 예술이 꽃피는 섬으로 만들어 살리자는 ‘생존 경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터렐(노대도), 앤터니 곰리(비금도),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자은도)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을 진행 중이다.
엘리아손이 도초수국정원 정상에 설치한 작품은 용암석 타일로 구성된 지름 약 8m 크기 구(球)형 구조물이다. 작가는 “구 안에 들어가면 바닥도, 벽도, 지평선도 없다. 지구의 자궁 안에 들어온 것처럼 지구의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명상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 자신, 그리고 지구와 연결될 수 있다.” 천장이 뚫려 있어 비와 눈, 바람을 고스란히 맞을 수 있고 바닥엔 배수로가 조그맣게 나 있다. 낮에는 태양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밤에는 외부 조명에 의해 시시각각 바뀌는 빛깔이 관람 포인트다.
도초도는 먼 옛날 화산 활동으로 형성돼 바다에서 솟아오른 섬이다. 작가는 독특한 지형에서 영감을 받아 용암석 타일을 활용했다. 그는 “화산암에서 채굴한 용암석 타일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3개밖에 없어서 부득이하게 이탈리아 회사랑 작업했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와 기법”이라고 했다. 조경 설계 회사 서안(대표 정영선), 삶것 건축사사무소(대표 양수인), PKM갤러리(대표 박경미)가 협업했고, 공사비 47억원이 투입됐다.
작가는 “지구가 한 살이라고 가정한다면, 인간의 수명은 1초도 되지 않는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찰나의 존재”라며 “지구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는 지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예술 섬 총괄 기획자 강형기 충북대 교수는 “숨결의 지구는 바라보는 미술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기는 작품이다. 관객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작품과 1대1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숨결의 지구는 25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작품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안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받고 한 번에 5명까지만 입장해 5분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도초도에 이어 내년에는 안좌도에 플로팅 미술관, 내년 말 비금도에 곰리의 ‘엘리멘털’, 2026년 자은도에 마리오 보타와 조각가 박은선의 ‘무한의 미술관’이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그래픽=양진경 |
☞올라푸르 엘리아손(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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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스계 덴마크 작가. 빛·공기·물 등 자연 요소를 활용해 자연 현상과 인간의 감각적 경험을 결합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2003년 런던 테이트모던 터빈홀에 거대한 인공 태양을 띄운 ‘날씨 프로젝트’는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리움미술관에서 2016년 열린 엘리아손 개인전에는 15만명이 찾아 미술관 개관 이래 유료 전시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도초도(신안)=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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