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현지 시민단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다섯번째)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 끝) 등 주요국 정상들의 얼굴 사진을 물에 띄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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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정부가 미국에 달라붙었던 일본 기시다 전 정부와 달리 이시바 현 정부와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5분짜리 정상회담 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이 내린 평가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에 앞서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첫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 시절 이후 1년 만이다.
일단 이시바 총리와 시 주석은 수년간 단절됐다가 지난해 다시 이어진 두 나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재확인했다. 일본 외무성은 16일 “두 정상이 중·일 두 나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전면 추진하며,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큰 방향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초 ‘전략적 호혜관계’란 표현은 지난 2008년 당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 성명에서 쓰였다. 이때 정치적 상호 신뢰 증진과 호혜협력 강화,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기여 등을 상호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두 나라 사이에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지난 5년여간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말도 쓰이지 않다가, 지난해 11월에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이 표현을 다시 쓰기로 했다.
일본 쪽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시바 정부에 일정한 기대감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이시바 정부가 대중국 정책에서 전임 정부의 ‘전략적 호혜관계의 전면적 추진’이라는 큰 물줄기를 물려받기로 한 것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설적으로 중국으로선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별다른 접촉면이 없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연계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과 달리 이시바 총리는 미·일간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미·일 지위협정의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중국 쪽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처한 상황도 이시바 정부에 손짓을 하는 배경의 하나다.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을 시작하면 동맹국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압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사전에 일본 등 주변국과 관계 안정화를 거쳐 미국의 ‘중국 포위망’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이다 마사후미 일본 방위연구소 연구부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미국 트럼프 차기 정권의 탄생을 앞둔 만큼 대외 경제 강화를 위해 일본의 존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다만 중국이 안보 분야에서 일본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 입지를 지지하는 만큼 이를 압박하는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시바 총리 입장에서도 꽉 막힌 국내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에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의 단계적 해제와 관련된 언급을 끌어냈다. 일본 외무성은 “두 나라 정상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의 해양 방출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관한 발표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시작되자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가, 지난 9월 오염수 검증에 중국 정부의 참여 확대를 전제로 단계적 수산물 수입 재개를 약속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발표의 실행을 직접 언급한 것은 특별히 무거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나라는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상호 방문 등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간 왕래와 대화가 중요하다고 인식했다”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중국 방문은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이던 2019년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했던 게 마지막이다. 시 주석 역시 같은 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 오사카를 찾은 이후 일본 방문이 끊어졌다. 시 주석도 “이시바 총리와 소통·협력을 강화해 중·일 관계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밖에 이시바 총리는 센카쿠 열도 주변 중국의 군사 활동 강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 쪽의 적절한 조처도 요구했다. 또 중국 선전에서 발생한 일본 초등학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재중 일본인에 대한 안전대책 강화 대책 마련 등도 요청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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