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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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의 올 3분기 실적이 해외 시장의 성패에 갈렸다.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넥슨·크래프톤과 달리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히트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현지화에 성공한 게임사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 넥슨·크래프톤, 히트 IP 등에 업고 중국·인도서 선전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 3분기 처음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넥슨의 3분기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65%였는데, 국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 42%, 한국 35%, 북미·유럽 13%, 일본 4%, 기타 6%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도 해외 시장에서 선전했다. 크래프톤의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89.8%였는데, 국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인도가 포함된 아시아 지역이 81.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히트 IP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넥슨의 경우 지난 5월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게임은 현재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1~3위를 오가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누적 매출은 출시 4개월 만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어섰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매출의 82%가 중국에서 나왔다.
크래프톤은 히트 IP 배틀그라운드가 인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 배틀그라운드를 인도에 ‘BGMI’란 이름으로 출시했는데, 현지 시장 매출 순위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인도 BGMI 이용자는 1억8000만명, e스포츠 시청자는 2억명에 달한다. ‘BGMI’의 2년간 누적 매출은 1억달러(약 1300억원)로 집계됐다.
견조한 해외 실적은 넥슨, 크래프톤의 3분기 성적표에 나타났다. 넥슨의 올 3분기 매출은 1조2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이는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1% 증가해 4672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역시 올 3분기 역대 최대인 71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59.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244억원으로 71.4% 늘었다.
던전앤파이터(왼쪽)와 배틀그라운드./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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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히트 IP 없는 엔씨·카카오게임즈
게임업계에서는 글로벌 흥행의 성공 지표로 히트 IP의 유무를 꼽고 있다. 넥슨과 크래프톤과 달리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 히트 IP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넷마블의 경우 올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77%에 달하지만 넥슨과 크래프톤에 비하면 히트 IP의 존재감이 약하다. 넷마블은 동명의 웹툰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랩)가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긴 하나 입지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나혼렙은 올 2분기 대비 3분기 매출 하향세를 보이며 넷마블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는 올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넷마블의 올 3분기 매출은 6473억원,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41.1% 감소했다. 엔씨소프트(4019억원, -5%)와 카카오게임즈(1939억원, -14.3%)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엔씨는 143억원의 영업손실(적자전환)을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는 전년 동기 대비 80.1% 하락한 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 현지화 전략 글로벌 성패 갈라
넥슨은 기존 던전앤파이터 PC 버전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협업해 현지화된 콘텐츠를 제작했다. 출시 전부터 유명 배우 ‘디리러바’를 공식 모델로 기용하고 세계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과의 협업을 예고했다. 출시 이후에도 텐센트 게임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DNF 어시스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해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유저 간 대전 콘텐츠 ‘결투장’의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중국 이용자의 관심을 끌었다.
크래프톤 역시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BGMI’에 인도 인기 배우 란비르 싱을 캐릭터로 등장시켰다. 또 지난해부터 인도 크리켓 선수 ‘파드리크 판디야’의 캐릭터를 넣거나 발리우드 영화 ‘요다’를 차용해 게임 속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반면 엔씨소프트가 지난 8월 선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호연’은 일본·대만 등에서 출시 초기 인기를 얻으며 1위에 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기존의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뽑기식 과금 시스템에 국내는 물론 해외 이용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도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던 ‘오딘’을 지난해 일본에 출시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캐릭터 그래픽과 게임 방식 등이 기존 일본 이용자들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성과가 게임사들의 3분기 실적 희비를 갈랐다”며 “국내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글로벌 시장 공략이 앞으로 게임업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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