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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진톡톡] "천년만년 잘 살아라!" 당나귀·꽃가마 타고 전통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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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얼굴 좀 봅시다'


(홍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아들딸 열둘 낳아서 천년만년 잘 살아라!"

따사로운 가을볕이 내리쬔 16일 오전 강원 홍천군 화촌면 장평1리 청사초롱 마을에서 전통혼례식 한마당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전통 혼례의 주인공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한참 지났지만 식을 올리지 못했던 주민 김성희·이명숙씨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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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청사초롱 마을 전통혼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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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입장


어느덧 60세 안팎으로 접어든 두 사람의 혼례를 축하하기 위해 마을 주민 모두가 힘을 모았습니다.

그야말로 동네잔치가 된 셈입니다.

신영재 홍천군수는 가마꾼을 자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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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꾼으로 깜짝 등장한 신영재 홍천군수


라인댄스 공연부터 국악한마당, 고고장구, 찰떡 떡메치기로 한껏 흥이 오릅니다.

곧이어 새신랑은 당나귀를, 새색시는 꽃가마를 타고 혼례식장에 등장합니다.

절개·장수·건강·다산·부부 금슬 등을 기원하는 수탉과 암탉, 쌀, 대추, 곶감, 대추, 밤, 대나무 등이 오른 초례상 앞에 신랑·신부가 마주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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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전통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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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청사초롱마을 전통혼례식


잔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하늘과 땅, 조상님께 백년가약을 맹세한 부부.

원래 하나였지만 둘로 쪼개진 표주박 잔을 합침으로써 신랑과 신부가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가린 절수건을 걷어내고 상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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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께 백년가약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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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좀 봅시다'


절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잡귀가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예쁜 신부를 만났다면 하늘이 내려준 복이고, 신부 역시 멋진 신랑을 만났다면 천복입니다.

쑥스럽지만 올여름 폭염 속 호박밭에서 나누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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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마치자 가마꾼들이 신랑을 잡아다가 발을 묶어서 거꾸로 매달아 놓고는 황태로 발바닥을 팹니다.

동상례(東床禮)라는 풍속으로 신랑다루기 또는 신랑달기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일가친척들이나 마을 청년들이 신랑에게 괴로움을 주어 고초를 겪게 하는 의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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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 '신랑다루기'


신부를 도둑질해간 놈이라며 발바닥을 두들겨 팹니다. 악의 없는 애정이겠지만, 마음에 둔 처자를 빼앗긴 분풀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신랑·신부 퇴장을 앞두고 암탉과 수탉을 날립니다.

전통 혼례에 닭을 쓰는 이유는 밝고 신선한 출발을 알리며 악귀를 쫓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달걀을 많이 낳는 암탉은 다산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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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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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잘 살아라"


웃음으로 가득했던 혼례식이 "천년만년 잘 살아라!"라는 하객들의 외침으로 끝이 납니다.

이정근(65) 이장은 "마을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소멸을 걱정하게 될 처지에 놓여 올해 초 마을 곳곳에 청사초롱 500개를 설치해 마을을 환하게 비추고, 전통 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키고자 축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행사를 도운 김광식 한국전통혼례문화원장은 "주민들이 합심해서 준비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며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순간은 우리 문화를 이용해서 부부의 연을 출발했으면 하는 소원이 있고, 그런 마음으로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를 깊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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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잘 살아라"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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