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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기초수급 학생에 수학여행비 대준 학부모…"뿌듯하면서도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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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안 밝히고 학생들 명의로 입금

"돈 때문에 인생 추억 포기하지 않았으면"

중학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이 돈 때문에 수학여행에 못 갈 뻔한 일이 벌어지자 비용을 대신 내줬다는 훈훈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14일 글 작성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수학여행'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그는 "한 달 전쯤 중학생 아들이 수학여행 간다는 통지문을 보여줬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전했다. 당시 통지문을 본 A씨는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는 일부 아이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설마 금액 때문에 못 가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학교 행정실에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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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중학교 교감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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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금액적인 문제 때문에 못 하는 것이라면 조용히 신원 밝히지 않고 지원해 주고 싶다"는 의사를 학교에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수학여행 출발 1주일 전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학교는 "아직 비용을 입금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다. 독려를 해봤지만 수학여행 출발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아서 연락을 드렸다. 그 학생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고 설명했다. A씨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해당 학생들 이름으로 수학여행 비용을 입금했다며 학교 측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메시지를 보면 학교 교감이 "정확한 금액으로 입금해 주시라는 부탁이 있다. 남아도 처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고 하자 A씨는 "방금 말씀해 주신 대로 학생 이름으로 입금했다. 항상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 측은 "방금 행정실에서 입금 확인 전화 받았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A씨는 "뿌듯하면서도 씁쓸했다. 요즘 대한민국은 잘 사는 것만 보이고 자기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사회이지 않냐"며 "세금이 정말 잘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돈 문제로 밥을 굶는다든지 수학여행이란 인생 최대의 추억 같은 이벤트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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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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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요즘 학생들 수학 여행비 보니까 '헉' 소리 나오던데 큰일 하셨다", "이런 마음 씀씀이는 어디서 나오는 거냐", "멋지다. 덕분에 그 학생은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 "무상급식이 당연한 시대인데 수학여행도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안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선행은 반드시 돌아온다", "뭉클하다. 덕분에 훈훈하다", "이런 게 진짜 후원", "이렇게 좋은 건 따라 하겠다. 감사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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