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폰플레이션·5G 투자는 못 잡고… 통신비 못 내리는 ‘통합요금제’ 실효성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통신 3사 로고./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내년 중 5G(5세대 이동통신)·LTE(4세대 이동통신)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요금제’를 출시하기로 했다. LTE가 5G보다 비싼 ‘역전’ 현상을 해소해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KT는 통합요금제를 내년 1분기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전산망 구축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합요금제의 통신비 인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LTE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알뜰폰이 침체하면서 오히려 시장 경쟁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가격이 2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요금제만 손보는 정책이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5G 투자 축소로 통신사들의 이익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최신 스마트폰 가격 200만원인데… 요금제만 손보는 정부

1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올해 출시한 아이폰16의 가격은 256기가바이트(GB) 기준 140만원,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폴드6의 가격은 256GB 기준 222만9700원으로 책정됐다. 10년 전에 출시된 갤럭시노트 32GB 출고가(95만7000원), 아이폰6 16GB 모델 출고가(92만4000원)보다 2~3배가량 오른 셈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중저자 단말기 수는 적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와 4대륙 22개국 공식 판매 홈페이지에서 삼성전자는 40만원대 이하 단말기를 평균 8종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가 20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17종, 브라질 12종, 영국‧필리핀 11종 순이었다. 반면 국내에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자급제 단말기는 4종에 불과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단말기가 고가인 상황에서 통합요금제가 나온다고 통신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조사들이 단말기 다양성 확보에 나설 수 있게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섭 KT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통신 3사 대항마’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력 저하

통합요금제 출시로 알뜰폰 업계가 타격을 입어 통신 시장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뜰폰 업체는 저렴한 LTE 상품을 주력으로 가입자를 늘려왔다. 그런데 통신 3사가 5G와 LTE 가격을 똑같이 책정한 요금제를 내놓으면, 알뜰폰 업체 입장에선 가입자를 통신 3사에 뺏길 수 있다. 실제로 통신 3사가 5G 중저가 요금제를 연이어 출시하자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지난 1월 8만1048건에서 올 9월 1만8339건까지 감소했다.

알뜰폰의 도매대가(망 대여료) 협상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는 매년 알뜰폰 업체들과 도매대가를 협상하는데, 현재 알뜰폰 업체는 통신 3사에 LTE 수익의 40%, 5G 수익의 50%를 지불하고 있다. 통합요금제로 알뜰폰 업계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LTE에 대한 도매대가를 더 낮추지 못하거나 비싼 금액을 내고 5G망을 빌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업체 대신 통신 3사와 도매대가 협상을 해주는 제도도 올해 마무리된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LTE의 경우 인프라 투자가 끝났기 때문에 통신 3사가 알뜰폰에 도매대가를 좀 더 싸게 책정해 줘도 이익이 남지만, 5G는 아직 투자를 더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저렴한 도매대가를 책정해 주기가 어렵다”면서 “알뜰폰의 수익성이 더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5G망 투자 더 해야 하는데… “통합요금제 나오면 망 투자 필요성 줄어”

5G·LTE 요금제가 통합되면 통신 3사의 설비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5G와 LTE를 혼용해 쓰는 비단독(NSA) 모드가 대세인데, 통합요금제를 쓰면 5G망만 쓰는 단독(SA) 모드에 대한 투자를 할 유인이 줄기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가 더뎌지면 가입자들이 품질 높은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6G(6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대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에서는 통신 3사 중 KT만 유일하게 2021년 5G SA 전국망을 구축했다. 2020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5G SA 구축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통신 3사는 양질의 LTE 망을 활용해 더 좋은 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5G SA 망에서 구현되는 기술을 6G에서 연계해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주요국 통신사들이 5G SA 서비스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합 요금제가 나오면 통신 사업자 입장에서 비용을 투자해 5G 설비를 투자할 유인이 없어진다”라며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오히려 통신 3사의 이익만 늘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LTE보다 빠른 5G 서비스를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5G 중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등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5G와 LTE 요금제를 통합하는 건 보여주기식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