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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5] 낯섦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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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쓸 때

나는 낯설다



― 천양희 시인의 시 ‘나는 낯설다’ 중에서

주객이 전도될 때, 이를테면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살고 있는 것 같을 때, 나는 낯설다. 열심히 돈 벌고 이제 좀 살아보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정작 ‘살아야 할 삶’은 보이지도 않을 때, 나는 낯설다 못해 비참하다. 산다는 건 때로 그 낯섦과 친해지는 일, 그 비참까지도 껴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쓸쓸해진다.

그런데 저 시의 마지막 세 줄을 읽는 동안 쓸쓸함을 넘어 이상한 쾌감이 들었다. 그래, 어쩌면 나는 자꾸 낯설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낯설게 보이는 순간에 삶의 묘미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살아야 할 삶’도 어느새 다시 나타나 살아주길 기다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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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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