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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정월 또 수도를 떠나야 하는구려.
나도 세상 티끌 잔뜩 묻은 내 눈이 원망스럽소. 매양 먼 외지의 꽃만 봤으니 말이오.
내 수레의 푸른 휘장은 여전히 번쩍이거늘, 꽃처럼 젊은 그대 탄식일랑 하지 마오.
구름처럼 떠도는 남편에게 시집왔으니, 나를 따른다면 그곳이 바로 고향이지요.
(窮冬到鄉國, 正歲別京華. 自恨風塵眼, 常看遠地花.
碧幢還照曜, 紅粉莫咨嗟. 嫁得浮雲婿, 相隨即是家.)
―‘아내 유지에게(증유지·贈柔之)’ 원진(元稹·779∼831)
고향 떠나 객지를 떠돌다 보니 눈에 박힌 건 하나같이 외지의 꽃, 타향의 풍광이다. 하여 시인은 자기 눈이 세상 티끌로 오염되었노라 탄식한다. 한데 이번에도 또 사달이 났다. 모처럼 귀향했나 했는데 조정은 금방 다시 외지 부임을 명한다. 아내의 원성을 살까 지레 염려했기 때문일까. 시인은 ‘내 수레의 푸른 휘장은 여전히 번쩍인다’는 말로 애써 아내를 위로한다. 푸른 휘장은 황제가 신임하는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품. 이 영광의 표지를 관리들은 자기가 타는 수레나 배에 꼭 내걸었다. 수도를 떠나는 게 결코 좌천이 아니라는 해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고향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관리의 숙명으로 감수하자는 시인의 자분자분한 다독임이 인상적이다.
시제에서 시인이 아내를 ‘유지’라는 자(字)로 부른 게 특이하다. 옛날 사대부 집안에서는 남자는 스물, 여자는 열다섯이 되면 자를 부여하여 이름 대신 통용했다. 아내에 대한 시인의 공경심이나 친근감의 표출인 듯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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