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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BS현장] 우즈벡에 K-메디컬 이식…힘찬병원, 선진의료 ‘롤 모델’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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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현장

“관절/척추 병원 진출해달라”

보건 장관 요청에 2019년 개원

한국 의료 시스템 그대로 도입

의술 전수 등 의료 발전에 기여

“현지 의료진 자립 최종 목표로

한국 의사 파견/진료 등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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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힘찬병원 5주년 기념식을 마친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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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기본적인 진료조차 어려웠던 우즈베키스탄. 국내서 관절·척추병원으로 잘 알려진 힘찬병원은 현재 머나먼 중앙아시아에서 의료 한류를 실현하고 있다.

다소 척박한 이곳 의료 환경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연이어 만들어내며 현지에 K-메디컬 DNA의 싹을 틔우는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경비행기로 1시간 반, 약 580㎞ 떨어진 부하라 지역. 부하라는 외국인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담은 관광도시이지만, 현지에서는 ‘한국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부하라 공항에서 다시 약 10분을 달리니 반가운 태극기가 보인다. 2019년 문을 연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힘찬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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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힘찬병원 전경.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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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규모다. 약 8925㎡(약 2700평) 규모의 지상 3층 규모에 정형외과·신경외과·외과·내과·신경과 등의 진료과와 100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다.

올해로 개원 5주년을 맞은 부하라 힘찬병원을 찾았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진료를 받기 위해 앉아 있는 환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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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힘찬 병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원내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어로 된 환영 인사가 맞아준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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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는 병원’ 만들자… 우즈벡 부하라에 둥지

병원은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과 박혜영 상원의료재단 이사장(내과 전문의)의 주도로 세워졌다. 우즈벡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에서 국내 민간의료기관이 단독으로 투자해 개원한 첫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외국에서의 개원은 국내보다 훨씬 까다롭다. 관세와 통관, 인허가, 제도, 규제 등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우즈벡은 정부가 직접 의료 서비스를 구매하고 국민에게 제공하는 옛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을 거슬러 2017년 11월 사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의 방한에 수행했던 보건부 장관이 부평힘찬병원을 둘러본 데에서 시작됐다.

당시 우즈벡 보건부 장관은 “힘찬병원의 선진 의료시설과 물리치료시설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 최고의 관절·척추전문인 힘찬병원이 우즈벡에 진출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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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찬 대표원장과 박혜영 이사장이 5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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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원장과 박 이사장이 ‘부하라 힘찬병원’을 세울 것을 결심한 것은 당시 현지 중환자실을 둘러보고는 ‘사람 살리는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중환자실에 필요한 장비가 없어서 살 수 있는 사람도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했다.

이후 이수찬 대표원장은 부하라 힘찬병원 착공까지 한국과 부하라를 100여 차례 오갔다. 이동 거리로 따지면 지구를 43바퀴 돈 셈이라고.

수익성을 따졌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프로젝트였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애초 투자비용으로 50억 원을 예상했지만, 우즈벡 정부에서 제공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에만 100억 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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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로비에는 환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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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찬 대표원장은 “당시 찾은 현지 중환자실에는 기본적인 인공호흡기, 모니터가 없었다. 환자복도 따로 없어 환자들은 일상복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환자식도 제공되지 않아 위생이 중요한 중환자실 내에 도시락으로 싸온 음식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1970년대 한국의 의료현장보다도 열악했다”고 회상했다.

박혜영 이사장은 “이런 상황을 접하니 66년 전 종전 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한국에 자본과 의료진을 보내 지금의 국립중앙의료원(NMC)을 선물한 게 생각났다”며 “한국도 우즈베키스탄처럼 선진 의료가 필요한 곳에 도움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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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이 부하라 힘찬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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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최초’… 개원 5주년, 우즈벡 의료기관 ‘롤 모델’로

부하라 지역에 힘찬병원이 들어선 지 5년, 병원은 우즈벡 의료의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 현지 병원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우리에게 당연한 ▲접수-진료-수납 시스템 ▲수액을 맞을 때 커튼으로 칸을 나눠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 ▲보호자 대기실 ▲곳곳의 손 소독제 등은 이곳에서 익숙지 않은 개념이었다.

힘찬병원은 이 같은 한국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 환자복, 환자식, 물리치료실 등까지 K-스타일로 갖췄다.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원내 소독실도 가동 중이다. 병원에 들어서면 채우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만 현지인일 뿐, 그야말로 한국 병원을 그대로 옮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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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 힘찬병원에서 MRI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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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하라 지역 내 최초의 무정전전원장치(UPS), 전자의무기록(EMR) 도입이 눈에 띈다.

박 이사장은 “현지 전기 상황이 무척 불안하고 정전이 잦다”며 “병원에서 정전은 무척 큰일이므로 잘 관리돼야 한다. 한국에서야 UPS가 보편적이지만, 이 나라에선 부하라 힘찬에 도입된 UPS를 처음 본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우즈벡 현지 병원은 모든 의무기록을 종이에 수기로 관리한다. 박 이사장은 “부하라 힘찬병원에서 EMR을 도입한 이후 부하라 의대 대학병원에서 이를 들였다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환자식’도 병원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부하라 힘찬병원은 환자들의 기저질환, 증상 등에 따른 맞춤 식단을 제공해 보호자들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환자식이 맛있다고 하니 이왕 이곳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싶다’는 환자가 늘어난 것도 덤이다. 힘찬병원에 따르면 부하라 힘찬병원 인근의 몇몇 의료기관들이 최근 환자식 제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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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수한 기기로 채운 부하라 힘찬병원 물리치료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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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물리치료실도 인기다. 우즈벡 현지에는 물리치료사 양성 과정이 따로 운영되지 않는다. 직업고등학교 졸업생이나 간호사가 전기 치료나 마사지를 하는 정도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 부하라 힘찬병원은 한국식 재활치료를 선보이는 물리치료실을 현지 최초로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현지 병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즈벡 의료진들은 힘찬병원을 찾아 시찰한 뒤, 그들의 병원에도 환자복·환자식 등의 편의 시스템을 들이고 있다. ‘경쟁’을 위해 도입한 요소이지만, 결과적으로 환자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전반적 의료문화가 발전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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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곤 힘찬병원 수술실 주임이 우즈벡 최초로 도입된 소독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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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 전수도 적극… 우즈벡 첫 신경성형술 마쳐

힘찬병원이 현지에서 롤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은 선진 의료 문화뿐 아니라 뛰어난 의술과 술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하라 힘찬병원은 올해 우즈벡 현지에서 신경성형술을 최초로 시행했다. 국내서는 흔히 받는 치료이지만 현지에서는 비수술적 치료가 아직 낯선 상황이다.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선보이며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뿐 아니다. 힘찬병원은 올해 총 9번 한국 의료진을 보내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고, 환자를 돌본다. 이번에는 고한승 목동힘찬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과 허준영 목동힘찬병원 진료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이 함께했다. 실제 우즈벡 사람들도 ‘한국 의사’를 선호한다.

고한승 병원장은 “환자들이 현지 의사보다 한국 의사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 때마다 하루에 50명 내외의 외래 환자를 보고 수술도 5~6건 이상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우즈벡 현지 의료 발전을 위해 UAE 샤르자센터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박승준 샤르자대학병원 힘찬관절척추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정형외과에 한해 격주 1회 영상진료에 나서고, 필요한 경우 일정을 잡아 직접 부하라에 와서 수술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라며 “한국 의료진이 현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원격으로 미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 도는 시술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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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토브 에르킨 부하라 힘찬병원장이 개원 5주년 이후 부하라 지역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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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병원이 생긴 뒤 우즈벡 현지 의료상황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하야토브 에르킨 부하라 힘찬병원장에게 물었다. 에르킨 병원장은 “다른 병원들도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빠르지 않다”며 “다른 의사들은 대체로 연수를 1년에 한 번 받지만, 우리는 9번 받는 것도 비교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하라 힘찬병원은 한국과 비슷한 의료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국 원장님들께 배웠던 비법을 토대로 환자들을 돌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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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년 기념 케이크 자르는 박혜영 이사장. 오른편에는 하야토브 에르킨 부하라 힘찬병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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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현지 의료 기여 인정… ‘힘찬나눔의료’ 눈길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도 부하라 힘찬병원의 지역의료 기여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8일 부하라 힘찬병원 개원 5주년 기념식에는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올티예브 엘리요르 부하라주 보건부 국장은 “우즈벡 환자들과 의사들이 부하라 힘찬병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브라기모바 페이루자 부하라주 부주지사는 “힘찬병원은 저소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 일부 환자를 한국에서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힘찬나눔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부하라 지역사회에 지속해서 큰 공헌을 하고 있다”며 “다시 행복한 일상을 되찾은 환자들을 보며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실제 이수찬 대표원장은 부하라 힘찬병원 개원 당시 50명의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로 치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총 16명의 환자가 한국 초청치료 혜택을 받았다. 현재 2명은 현재 한국에 체류하며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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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기모바 페이루자 부하라주 부주지사(맨 왼쪽),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박혜영 상원의료재단 이사장, 도움바르노예브 우크탐 이사예비츠 전 우즈벡 부총리의 아내가 부하라 힘찬병원 5주년 기념식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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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념식에서는 부하라 힘찬병원 건립 초기부터 각종 제도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운 고(故) 도움바르노예브 우크탐 이사예비츠 전 부하라 주지사를 기리는 시간을 가져 훈훈함을 더했다.

이 대표원장과 박 이사장의 최종 목표는 부하라 힘찬병원의 자립이다. 박 이사장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수차례 오가면서 단순히 이를 사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며 “부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 감사하고 보람된다. 스칸디나비아 3국이 종전 후 1958년 국립의료원을 세워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기반을 닦은 것처럼 부하라 힘찬병원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부하라)=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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