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씨 묵인·용인 아래 기부행위 이뤄져…선거 공정성 해할 위험"
확정되면 이재명 불이익 없지만 배우자 피선거권 5년 박탈…변호인 "항소할 것"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은 수사중…이날 1심 유죄로 수사 탄력 전망
1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김혜경 씨 |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류수현 기자 = 20대 대선 당내 경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 배우자 등에게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가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 형 선고가 확정되면 김씨의 선거운동은 5년간 제한된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된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배모(사적 수행원)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피고인이 배우자 이재명이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이재명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모 씨와 모임을 하면서 식사비를 결제하는 등 기부행위를 했고 당시 공무원인 배 씨를 통해 기부행위가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범행 경위와 수단, 그 방법에 비추어 보면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의 식사 모임은 신모 씨가 전 국회의장 배우자들을 소개해주는 자리였고 배 씨의 결제로 인해 참석자와 원만한 식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이익이 되는 행위였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배 씨가 피고인 묵인, 용인 아래 기부행위를 한 것이고 피고인과 순차적으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시했다.
법원 나오는 김혜경 씨 |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이전에 이뤄진 김씨의 식사 모임에 대해서도 "배씨가 참석자의 식사비를 결제한 사실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했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식사 시기는 경선 캠프 결성 초기였기 때문에 캠프에서 피고인 일정에 관여한 정도가 미약한 시기였던 것으로 보이며, '식사비는 참석자가 각자 결제하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남색 원피스에 검정 구두 차림으로 출석한 김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재판장을 응시했다.
재판장이 법리 판단과 양형 사유를 약 30분간 설명한 뒤 주문을 낭독할 때 자리에서 일어선 김씨는 유죄 판결에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변호인과 퇴정했다.
김씨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취재진에 "추론에 의한 유죄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지지자로 추정되는 일부 방청객은 "말도 안 된다"며 언성을 높이거나 "힘내세요"를 연호했다.
선고공판 마치고 법원 나오는 김혜경 씨 |
김씨는 이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천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올해 2월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금액과 상관없이 죄질이 중하다"며 김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후보자의 배우자가 해당 선거에 있어 기부행위를 한 죄로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때 그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 대표는 20대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선관위원회에 따르면 설령 김씨가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원의 형이 선고돼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는 (대통령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법 사건이기 때문에 선거비용 반환 대상은 아니다.
다만 공직선거법에 따라 김씨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 선고 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검찰은 취재진에 보낸 입장문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에 대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을 선고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픽] 이재명-김혜경 부부 1심 선고 일정 |
이날 법원의 유죄 판단에 따라 이 대표와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2018∼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와 김씨가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 씨 등에게 샌드위치, 과일 등 개인 음식값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업무상 배임 등)을 수사 중이다.
배임 규모는 수백만∼수천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사 결과에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 7월 이 대표 부부에게 소환 통보했으며, 김씨는 지난 9월 5일 검찰에 출석했으나 진술을 거부하고 2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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