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해외 연구 결과에 푸드 포비아 양산 우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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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 D 등 다양한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으로, 혈압을 낮추고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의 연구에서 우유 섭취가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소비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스웨덴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0만여 명의 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약 3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비발효 우유를 매일 300ml 이상 섭취하는 여성에게서 허혈성 심장질환(IHD)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연구팀은 비발효 우유 섭취가 ACE2 단백질의 증가와 FGF21 단백질의 감소를 일으켜 심장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이 연구 결과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유 부작용을 강조하는 연구들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임상영양 전문가인 김형미 동덕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사람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에 특정 식품을 심장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오히려 하루 한두 잔의 우유 섭취는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19세 이상 국민의 적정 우유 섭취량은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강북삼성병원 강재헌 교수도 “해당 연구는 유제품 섭취 문화가 다른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우유 섭취량이 적은 한국인의 경우,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 칼슘 등을 섭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1일 평균 우유 섭취량은 약 80ml로, 서구권 국가들의 1인당 섭취량의 7~10배 수준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게다가 평균 우유 섭취량 외에도 버터, 치즈 등 기타 유제품,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식습관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식습관이 다른 국가에서 얻은 연구 결과는 국내에 적용성이 지극히 낮다.
해당 연구팀 역시 참가자들이 대부분 스칸디나비아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유전자 및 유제품 섭취 문화가 다른 인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관찰 연구의 특성상 비발효 우유 섭취와 IHD 사이의 인과 관계를 직접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우유 섭취가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들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영국 레딩대와 호주, 뉴질랜드 대학의 공동 연구에서는 유제품 섭취가 관상동맥 심장질환 위험을 14%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는 영국 데이터뱅크 등 40만 명 이상이 참여한 3건의 데이터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로 ‘국제 비만 저널’에 게재됐다.
더불어, 영국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35~70세 남녀 13만 6,384명을 대상으로 매일 2회 분량 이상의 전지방 유제품을 섭취한 사람이 하루 1/2 분량 미만 섭취한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 위험이 낮았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40대 이후 우유 섭취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우유와 두유 모두 섭취하지 않는 그룹(2,529명), △우유를 주 3회 이상 섭취한 그룹(1,072명), △두유를 주 3회 이상 섭취한 그룹(512명). 연구팀은 이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하며 심혈관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 3회 이상 우유를 섭취한 그룹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5.9%로 가장 낮았다. 특히 50~64세 여성의 경우, 우유 섭취 그룹의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53.5㎎/dL로 나타나, 섭취하지 않은 그룹(51.7㎎/dL)이나 두유만 섭취한 그룹(51.2㎎/dL)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반면, 두유 섭취 그룹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8%로, 섭취하지 않는 그룹(7.1%)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주 3회 이상 우유를 섭취하는 성인들은 칼슘, 단백질, 비타민A, 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등 주요 영양소의 섭취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유만 섭취하는 그룹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40세 이상 한국인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성인 우유 권장량(하루 1컵, 200mL)보다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며, 주 3회 이상 우유를 마시는 비율도 전체의 26%에 불과하다”며 “특히 두유만 섭취하는 40대 이상 성인들은 우유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은 “우유와 유제품 관련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일부 연구는 우리나라 식문화에 맞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국민들의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위해 불확실한 자료를 토대로 한 푸드 포비아(특정 식품 공포증)의 무분별한 확산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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