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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탄소중립+스마트' 입은 미래 신발, 화승비나 베트남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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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부산기업③]

화승엔터프라이즈, 종업원 6만1천여명 달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서 생산, 1조8천억 매출

스마트 공장 시스템 안착, 생산성·효율성 높여

유엔기후변화협약 가입, 탄소감축 지속적 노력

편집자 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다 계속 오르는 인건비, 내부 수진,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지역 기업은 기약 없는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으며 여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때 공장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역이용해 되레 공격적인 경영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해외 진출 부산기업은 큰 귀감을 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터를 잡아 성공한 부산기업의 성공 노하우와 전망을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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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비나 베트남 공장. 화승비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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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철근, 세계 어디에도 필요한 것" 대한제강, 싱가포르에 안착한 이유
②"고난은 기업의 새로운 동력" 악재 딛고 베트남 진출 성공한 삼덕통상
③'탄소중립+스마트' 입은 미래 신발, 화승비나 베트남 공장 가보니

신발 공장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매캐한 화학약품과 가죽 냄새, 귓전을 때리는 중장비 굉음? 눈이 매운 공기질? 통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공장의 모습은 이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신발도 최첨단을 입는다. ESG 화두에 맞춰 탄소 중립도 실현한다. 단순한 신발을 넘어서 미래 가치도 담는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베트남 법인 '화승비나' 얘기다.

지난 8일 취재진이 찾은 베트남 동나이성에 위치한 화승비나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재를 실은 로봇이 트랙을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사람이 길을 막자 잠시 멈추고, 안전이 확보되면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가죽을 재단하고, 자르고, 봉제하는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됐다. 맞춤형으로 제작된 기계가 알아서 사람 손을 대신한다. 접착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공정은 유리벽 안에 로봇팔이 사람보다 정교하게 수행한다. 사람은 모니터에 뜬 화면을 통해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살펴보면 된다.

공장 내에 슈퍼마켓이 있다. 신발 공정은 절반 이상이 원자재 준비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제정세 위기, 출렁이는 원자재 가격 등 변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는 가죽, 신발 끈, 신발 밑창 등 각 원자재를 세분화해 분류·구비해 있다. 모니터에는 자재별 재고를 파랑, 녹색, 노란색으로 구분해 표출한다. 언제든 안정적으로 원자재 관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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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비나 베트남 공장 디지털센터 전경.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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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라인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달려 있다. 공정별 안전, 진행상황 등 실시간 정보는 중앙 디지털센터(DCC)에 모인다. 디지털센터는 마치 경찰청 교통상황실같이 큰 전광판에 바둑판처럼 작은 화면이 송출돼 실시간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다. 바이어 주문, 원자재 구입, 제작, 검수,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스마트공장의 현주소다.

스마트공장은 많은 이점이 있다. 사람 손을 줄이고 생산을 단순화한다. 안전사고 위험을 줄인다. 기계로 통제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도 안정적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시행착오 끝에 스마트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적용하는 데 20여 년이 걸렸다.

부산을 대표하는 테크기업 화승그룹 소속 (주)화승엔터프라이즈의 베트남 법인인 화승비나는 2002년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생산기지를 열었다. 1, 2공장, 아디다스 이노베이션 센터, 화승 폴리텍이 자리잡고 있다. 면적은 무려 66만1157㎡(20만 평)에 달한다.

직원 2만여 명이 하루 4만 족, 월 100만 켤레를 만든다. 공장 건너편에 5천 명이 동시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시설도 갖췄다. 사내 병원도 있다. 근무시간 동안 의료진은 상시 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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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비나 공장에는 의료시설,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는 사내 병원도 있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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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포함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생산 지역 17곳에서 종업원 6만1천명이 근무한다.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등 글로벌 브랜드 신발과 모자, 의류 등을 생산한다. 아디다스 브랜드의 경우 모든 신발 제품 중 20%가량을 만든다. 전 세계 사람 5명 중 1명의 아디다스 신발은 부산 기업이 만드는 셈이다.

올해 연간 매출은 1조5천억원을 바라본다. 화승은 스마트팩토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2027년까지 매출 3조를 목표로 잡았다. 스마트공장은 계속 진화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생산성, 효율성이 높아진다. 전체 종업원수는 줄어도 그에 반비례해 매출은 늘어나는 이유다. 이 속도라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화승은 내다보고 있다.

화승비나는 신발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신발과 관련된 모든 기술, 연구 개발도 이뤄진다. 신발이 단순한 소유에서 '경험'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트랜드를 빨리 반영해야 한다. 화승은 시장 분석, 소비자 조사 등을 수행하며 실제 개발도 한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이다. 점진적으로 이 역할을 늘려 현재 바이어 주도가 60%, 화승이 40%를 차지한다.

신발을 넘어서 기후 위기 고민도 담았다. 업계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장에 옥상태양광패널을 설치했다. 탄소 감축 환경관리 전문가가 포함된 운영위원회도 가동 중이다. 화승비나 사무실 곳곳에는 'Fashion for Climate(기후를 위한 패션)'라는 구호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매년 진행 상황을 온라인 플랫폼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공개한다. 동종업계 중에서는 탄소감축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이같은 노력은 UN 정기 간행물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동호 화승네트웍스 대표는 "코로나19 때 공장 폐쇄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는 스마트공장을 빠르게 구축하는 기폭제가 됐다. 제조가 활성화하려면 수직계열화가 돼야 한다. 베트남은 원자재 수급, 빠른 유통, 풍부한 생산 인력, 정부 지원 등으로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경영을 중심에 두고 신발·의료 업계에서 혁신을 리드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공장을 확대하면 2027년 매출 3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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