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상황 개선 19개 조치 거부당했지만 “무기 지원 계속”
이 대통령, 바이든에 “당신은 분명한 시온주의자…감사”
미 “약간의 진전”…‘제시한 기준 충족’ 질문엔 답변 피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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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끊을 수 있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한 일종의 ‘최후통첩’마저 스스로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변함없는 이스라엘의 ‘우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미국을 찾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분명한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라며 재임 중 친이스라엘 정책에 사의를 표했다.
12일(현지시간)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중단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켜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달 13일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30일 이내에 개선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자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이스라엘 비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미국 정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명의의 서한을 이스라엘에 보내 가자지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실행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 19가지의 목록을 제시했다.
한 달이 흘러 미국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다가왔지만 이스라엘은 어떤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고, 가자지구 북부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옥스팜 등 국제인권단체 8곳은 이날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가자지구 상황은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지금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역시 미국의 압박 후에도 지난달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반입이 급감했으며 이스라엘군이 포위 공격 중인 가자지구 북부에 기근이 임박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내린 결론은 ‘지속적인 지원’이었다. 파텔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당초 미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약간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았고,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한 달 내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북부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다가 마감일이 다가오고 서야 구호품 반입을 위한 국경검문소 한 곳을 추가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진전된 조치’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조차도 미국이 요구해온 ‘하루 최소 350대 구호트럭 반입’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파텔 대변인은 가자지구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미국법을 위반했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았으며, 앞으로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뜩이나 미국 정권교체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고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치면서 이스라엘이 더욱 고삐 풀린 채 ‘폭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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