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쓰레기가 모여 있는, 텍사스의 4배 크기인 ‘쓰레기 섬’은 육안으로는 안 보인다. 쓰레기 섬 지대에 도착해도 쓰레기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미세하게 쪼개진 플라스틱이 스모그처럼 바다를 부유하기 때문이다. 이 중 94%가 미세플라스틱이거나 그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이다. 사실 섬이 아니라 170조개의 미세플라스틱 수프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들은 너무 작아서 제거하기 어렵고 더 많은 독성물질을 흡수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쪼개질지언정 사라지지 않으므로 플라스틱 생산은 플라스틱 저장강박증으로 귀결된다.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해본들 미세플라스틱까지 없앨 수는 없다. 결국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만 한다.
환경 활동가들도 현실적으로 쓰레기 없는 삶은 불가능할 거라고 한다. 실은 내가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80대 후반의 제로웨이스트 시조새 같은 분을 만났는데, 제로웨이스트가 가능하다는 거다. 개인적 실천을 넘어 기업이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 이외의 쓰레기가 안 나오도록 제품을 ‘리디자인’하면 제로웨이스트는 현실이 된다. 잔인한 진실은 친환경 제품을 포함해 거의 모든 물건이 이렇게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의 단 9%만 재활용되었다. 기업을 그냥 둬서는 끊임없이 쓰레기로 끝나는 물건만 쌓이게 되므로 플라스틱 생산 감소 목표를 세우고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의 길을 깔아야 한다.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후에도 플라스틱 생산량은 늘고 있으며, 향후 40년간 3배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협약이 제정된다. 예를 들어 몬트리올 협약을 통해 오존층 파괴 물질을 금지한 결과 오존층이 회복 중이다. 11월25일 전 세계 대표들이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회의에 참석하려고 부산에 온다. 플라스틱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독성물질, 미세플라스틱, 환경 부정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1.5도 기후 한계선을 지키려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의 75%를 줄여야 한다. 그린워싱과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저장강박증 환자가 계속 쓰레기를 쌓아두면 살던 곳에서 쫓겨나듯 우리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통한 생산 감소와 규제, 확실한 실행만이 미래를 가져온다. 회의가 개최되는 부산 벡스코를 둘러싼 시민들의 행진이 11월23일 열린다. 플라스틱 문제와 기후위기에 맞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마지막 순간, 우리는 부산에 가야 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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