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독자위원회 11월 정기회의
지난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4년 11월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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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2024년 11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명예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봉신(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주) 부대표),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수석),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위원이 참석했다.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구혜영 정치부문장이 함께했다.
독자위원들은 경향신문 창간 78주년 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 시리즈를 호평했다. 기사와 오프라인 전시회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콘텐츠까지 연결시켜 과잉생산, 제품의 생산·소비·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문제를 심층적으로 잘 짚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학 작품과 성교육 관련 도서들이 경기도교육청 도서관에서 폐기된 사건과 관련한 칼럼 <성교육을 해달라고 민원합시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독립서점과 대형서점의 문제, 도서 유통구조 등을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 기사는 의미와 비판적 분석 없이 건조하게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봉신 = 전직 대통령 동상 전수조사를 다룬 10월7일자 창간기획 <때아닌 ‘이승만·박정희 우상화’…공허한 추앙, 아직도 부족한가>는 시의적절하고 타당했다.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국민 수준과 맞지 않은 문제를 잘 짚었다. 10월10일자 <한복·김치…무형유산 국가 등재, 죄다 중국보다 늦어>는 국가유산청 자료를 기사화했는데 깊이 있는 기획기사로 후속 보도하면 더 좋을 것 같다. 10월10일자 <윤석열·한동훈의 기싸움을 왜 봐야 하나>라는 칼럼은 좋은 지적이었다. 다만 오피니언에선 민생을 책임지라고 주문하면서 정치면 기사는 여전히 윤·한 갈등, 한동훈, 김 여사 갈등과 기싸움을 중요 이슈로 다루고 있어 흐름이 맞지 않고 이원화돼 있다. 기사에서도 이런 기싸움보다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하길 바란다. 재·보선과 관련해 10월16일자 <이겨야만 강해지는 승부…한동훈,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올인’> 기사가 정치면 톱에 올라왔다. 중간에는 <윤 대통령에게는 이겨도 지는 승부>, 하단에는 <이재명에겐 지면 난처한 승부>라는 기사가 있었다. 경향은 상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기조는 10월 내내 이어졌다. 또, 민주당과 이 대표 기사의 분량도 적었다. 그러면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두번 정도 비중 있게 다뤘다. 정 후보가 캠페인을 잘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치 과잉도 셌는데 왜 그런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민주진보 진영에서 볼만한 뉴스거리가 없으니 정근식이라도 다뤄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여성정치나 환경정치 기사를 다루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숙 = 10월에 가장 많이 읽히고 생산된 기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일 것 같다. 10월14일자 <노벨상 작가 한강 ‘만성 적자’ 독립서점 지키는 이유> 기사를 높이 평가한다. 독립책방을 2018년부터 한강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건 대형서점이 보여주지 못하는 좋은 책들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좋지만 보이지 않아서 연약하게 느꼈던 좋은 책들에 대한 애정과 의지로 참여한 것이 독립서점인데, 그 부분을 문학상과 연결해 의미 있게 다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형서점이 이익을 많이 보면서 동네서점이 완전히 소외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향신문이 이 부분을 후속 기사로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독립서점 문제는 생활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와 연결된 문제 중 10월31일자 칼럼 <성교육을 해달라고 민원합시다>에서 재생산과 건강 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잘 지적했다. 기획 시리즈인 <다만 마약에서 구하소서>는 우리가 잘 몰랐던 상황들과 각국이 어떻게 돕고 있는지, 지원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시민사회와 연결됐는지 사례를 잘 보여줬다.
이승환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독자들이 문화적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수차례 1면에 배치하는 등 좀 과한 느낌이 들었다. 10월2일자 <국군 시가행진에 씁쓸한 시민들> 등 국군의날 장병 시가행진 관련 기사는 행사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10월4일자 <고려아연 미래는 고려됐을까>는 대주주와 관련된 싸움의 피해가 소액주주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잘 조명했다. 10월22일자 점선면 <교육감 선거, 정치색 대놓고 드러내면 어떨까요>는 교육감 선거에 정치적 감정이 많이 반영된다는 점을 쉽게 표현했다. 10월24일자 1면 <지역대학 ‘기초학문의 죽음’>에서 ‘사회학과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한 표현, 2면에서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살핀 내용이 유익했다. 경제 분야의 경우, 백종원 더본코리아와 관련해선 해당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본질이다. 투자 성공은 유명인 인기가 아닌 높은 기업가치 때문이다. 공모 자금 1000억원이 어떻게 쓰일지가 투자설명서에 있는데 그런 내용도 같이 다루면 좋겠다. 10월28일자 <스타벅스 “11월1일부터 아이스음료 200원씩 인상”>은 관계자 입장 위주로 전달했다. 스타벅스는 매출이 상승했고, 이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사를 쓸 때는 기업의 입장만 믿지 말고, 의심해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어르신 밥상 프로그램을 소개한 10월10일자 기사의 경우, 원래 종합사회복지관이 하던 것을 서울시가 생색내는 느낌이다. 서울시의 이런 시도를 비판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종합적으로 보면, 보이지 않지만 연약한 이들을 대변했던 한 달이었다.
김소리 =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 저서와 관련된 논문을 분석한 주간경향 10월19일자 <여성, 식물, 역사…한강이 소설에서 말하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동네책방 유통 문제에 관한 내용은 아쉬웠다.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동네책방 기사를 보고 후속 보도를 기대했는데, 이후엔 그런 문제의식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대형서점이 도소매를 겸하면서 동네책방은 책을 구하지 못했고, 출판사들은 동네책방에 책을 공급하지 않으면서 이마트에는 공급해 동네책방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런 폐해를 10월16일자 기사에서 다뤘지만 대형서점의 도소매 겸업 유통구조 문제를 정확히 짚진 못했다. 10월21일자 <교보문고, 오프라인 판매 한시 중단 ‘상생 결정’> 기사는 교보문고가 지역 서점과 상생한다는 식으로 치켜세우는 것 같았다. 이마저도 한참 늦은 결정이었고 서점단체의 비판 성명 뒤 부랴부랴 이뤄진 조치였다. 이처럼 교보문고의 ‘선한 이미지’ 마케팅은 기만적 행위인데도 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10월22일자 <‘한강 책 구해라’ 편의점·e커머스·백화점도 분주> 기사도 동네책방에 유통이 안 되는 문제를 놓쳐 아쉬웠다. 한강 작가 수상이 독서문화·정책의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런 측면에서 10월26일자 <한강이 쏘아 올린 공? 읽고, 쓰고, 공유하는 ‘텍스트힙’의 부활> 기사는 최근 독서문화를 긍정적 시선으로 포착했다. 학교 현장에서 유해매체 선정과 관련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선정 기준·절차, 교육부 관리 지침이 무엇인지, 이런 풍토에서 문학이 성장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기사가 많아졌으면 한다.
박은정 = <쓰레기 오비추어리> 시리즈 기사가 매우 좋았다. 전시회와 인터랙티브를 통해 현장부터 정책, 국제사회의 다양한 흐름까지 굉장히 성실하게 취재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탄소발자국 전체 비중에서 환경오염이 소비자 손 밖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서 인상적이었다. 11월 부산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 시기와 맞물려 시의성도 적절했다. 아쉬웠던 건 10월 말부터 생물다양성협약 16차 총회가 열렸는데 국제면에서 단 한 건만 다뤘다. 우리도 당사국이었는데 협약 내용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부분이 빠져서 아쉬웠다. 10월22일자 <“하니처럼 그 자리에 서고 싶었다”…국회 환노위 증인석이 부러웠던 사람들>에서 국정감사장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다뤄 의미 있었다. 그러나 하니 보도만 보면 아이돌의 인권, 노동권 문제를 충분히 담지 않았다. 특히 하니가 국감에 어떤 차림으로 출석했는지는 불필요한 서술이다. 10월31일자 <성교육을 해달라고 민원합시다> 칼럼은 현장이 민원에 민감하다면 성교육 해달라고 민원해보자는 내용인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10월30일자 <‘만남·결혼 주선’ 맛들린 지자체들…여성 참가자 없어서 ‘공무원 차출’>은 저출생 대책을 손쉬운 행사로 대체한 지자체의 ‘웃픈’ 상황을 잘 정리했다. 10월10일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관련 보도는 지역, 인프라 차이가 고려되지 않고 소수자·여성 활약이 편집됐고, 육식 위주 대결이라 아쉬웠다는 평가에 공감했다. 10월11일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 회담과 한·아세안 정상회의 기사의 경우, 윤 대통령 발언과 공동성명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빠졌다. 대통령 발언, 회의 내용을 단순히 옮기기만 한 기사를 볼 때마다 비판적 분석을 담을 순 없나 싶은 아쉬움이 든다.
정연우 = 민주당 기사가 비중이 적었다는 김 위원 말에 동감한다. 10월28일자 <야당은 거리로…혁신당 “탄핵” 민주당 “김건희 특검”> 기사에 민주당 얘기는 없고 조국혁신당 입장에 집중했다. 사진도 손팻말을 들고 있는 조국 대표를 실었다. 이 문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오히려 조국혁신당을 부각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지나치게 중도화 전략을 취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 그래서 야권엔 조국혁신당도 있다는 취지로 읽히기도 한다. 창간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를 잘 읽었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소비 충동 마케팅, 쓰레기를 양산하는 소비 행태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탄소발자국을 분석하고, 의류 소비가 유통 과정에서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 수치로 시각화한 전달력도 좋았다. 다만 각 시리즈 위에 목차를 한꺼번에 실었다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가자지구 전쟁 보도와 관련해선 평화와 인권, 생명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신문 관점을 잘 부각했다. 휴전을 말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하는 서방 국가들의 위선을 다룬 기사도 좋았다. 국제사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사가 이어지길 바란다. 금투세 논란과 관련해 10월9일자 기사에서 ‘금투세가 주식시장 부진 원인’이라는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방침을 두고 기사와 사설에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한 점도 돋보였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한 우려도 놓치지 않았다. 10월23일자 전태일의료센터 녹색병원 인터뷰, 11월4일자 <전태일에게 진 빚 갚기> 칼럼은 노동자 치료권을 확장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김지원 = <쓰레기 오비추어리> 시리즈는 훌륭한 기획이었다. 특히 10월7일자 ‘2023년생 분홍치마 본인상’은 다큐멘터리적 스토리텔링 기법이 돋보였고, 방치된 쓰레기산 문제를 다룬 기사는 무관심이라는 무서운 현실을 잘 전달했다. 10월23일자 <쇼츠, 저작권은 ‘이븐’하지 않네요>에서 저작권이 허락되지 않은 영상이 많아지는 문제를 지적했지만, 업계와 변호사 입장만을 대변한 듯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변호사의 입을 빌려 공정 이용의 중요도를 축소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10월24일자 <엔데믹 부부가 선사한 ‘8월의 축복’ 출생아 2만명, 10년 만에 증가 전환>은 출생 원인을 혼인으로 축소시키는 위험한 내용이다. 특히 출생과 연관지어 “부부가 선사한 축복”이라는 가치 판단적 용어는 삼가야 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야 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10월28일자 <치유 첫걸음으로 새 주사기를 건넸다…죽지 않는 것이 우선이니까> 기사는 공공보건과 회복이라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10월30일자 <여성 참가자 중 차출된 직원이 있습니다. 누구일까요>는 지자체 중매 프로그램의 허점을 잘 짚었다. ‘산업 가부장제’라는 용어가 흥미로웠지만 ‘산업 가부장제’가 어떻게 지역의 가부장제를 강화하는지, 지역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설명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 군산시의 공룡 발자국 관광 콘텐츠를 다룬 10월30일자 기사의 경우 콘텐츠 개발이 방문자 수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실을 좀 더 비판했으면 어땠을까. 정형화된 문화지 개발의 시작점이 수치화된 기준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의 기사 역시 이런 개발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조상식 = 시의성 높은 정치 이슈를 선명하게 다룬 사설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유튜브가 집중했던 대통령 부부 관련 ‘스캔들’ 기사를 경향신문도 적극적으로 다룬다는 인상을 받았다. 레인보 칼럼에서 현재 성교육 수준을 과감하게 문제 제기했다. 오피니언 분야에선 이대근 칼럼이 가장 선명한 접근법으로 논란이 되는 내용을 다뤘다. 현재 ‘부부통치’ 의혹을 북한의 ‘남매통치’에 견줘 비판한 글이 다소 과격할 수도 있지만, 설득력 있고 흥미로웠다. 교육 기사는 사건, 사실 보도가 많았다. 분석적, 논평 형식의 주제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뉴스분석’에서 교육자치제를 훼손하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가 돋보였다. 지난 5년간 서울대 진학에서 수도권 출신 합격자가 증가한다는 기사는 교육현실을 드러내는 실증적 지표였다. 10월27일자 <IB 교육에 24억여원 투입했지만…인증학교는 10% 미만>은 IB 교육과 관련한 현황을 객관적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기사였다. 다만, IB 교육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나 학술적 쟁점에 대한 심층기획을 제안한다. 10월20일자 <“교육 디지털화하니 정답률 30% 낮아” 아날로그로 돌아간 스웨덴>은 디지털 교과서 개발 및 도입 정책을 앞둔 상황에서 흥미로운 보도였다. 그간 경향신문의 사설, 기획, 외부 칼럼 내용과 결이 일치하는, 일관성을 유지한 논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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