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잃어버린 10년' 시작이라는 섬뜩한 경고도
상승 동력 없어 대형주 위주 매도… 코스피 6일 종가 대비 5% 이상 뚝
달러 강세에도 '트럼프 관세' 부담
수출 경기 둔화세·기업 실적 우려
개미들 미국행 흐름 더 부추길 듯
미국 대선 이후 전 세계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한국 증시만 소외되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달러에도 불구하고 고율의 관세 부담이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우리 기업의 이익 개선을 통한 증시 반등도 요원해졌다. 불리한 환 부담에도 우리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일 종가 대비 5% 넘게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후 불과 1주일 만에 폭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등 대형주 중심으로 5거래일간 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 뚜렷한 상승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레드 스위프(트럼프 당선에 이은 미 공화당의 연방 의회 권력 장악)과 함께 다가오는 고금리, 강달러 공포에 외국인 자금 이탈, 대형주 위주의 매도우위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미 대선 이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아시아 증시가 비교적 견조한 반면, 유독 한국 증시만 가라앉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수출 경기가 둔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 부진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한국 증시의 반등세나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급락 상황에 대해 "시계열 측면 둔화뿐 아니라 국가별 측면에서도 최하위 수준인 한국 기업 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고, 한국 증시가 글로벌 반도체 지수 부진 흐름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수출 의존도와 특정 업종에 편중된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 수출에 유리하다고 여겨진 원화 약세가 이익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국내 증시는 단기 반등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과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 가능성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일으키며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 무역수지는 추세 감소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 담당은 "대외적으로 악재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 높은 환경에 노출될 것"이라며 "투자하더라도 지수 전체보다는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기술력을 보유한 섹터와 상위 종목 위주 투자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의 본부장급 임원도 "한국 주식시장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될 수 있다"며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증시의 박스권 장세는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국내 기업들의 저조한 이익률과 주가지수 약세의 장기화 우려는 이미 시작된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행 흐름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김승현 담당은 "환율이 단기간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환율 때문에 손실을 보는 상황이 나오더라도 미국 증시의 주가지수(상승세)가 여전히 독보적이다"라며 "미국만 질주하는 시장 국면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강달러 국면과 무관하게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투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도 "미국 경제의 독주와 점차 어려워지는 한국의 경기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당분간 이러한 고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강달러 상황은 미국 증시 투자 기세를 꺾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달러 보유 수요를 더 자극해 환노출 상품을 통한 미국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예탁결제 통계에 따르면 11월 12일까지 집계된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결제금액은 2032억 달러로, 1352억 달러인 작년 한 해 매수 규모보다 50.33% 증가했다. 올해 11월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1035억 달러로 2023년 말 대비 52.17% 많아졌다.
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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