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 등의 동향을 가장 먼저 공개했던 터라 이전에 비해 신중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것이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사진=미 국무부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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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쿠르스크로 이동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전투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미국이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방부는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는지와 관련해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도 "북한군의 실제 전투 참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반응은 전투에서 북한군의 구체적인 임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직접 교전을 했는지, 또는 직접 전투가 아닌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북한군이 러시아로 이동을 시작하던 초기 단계에 비해 상당히 신중해진 것이다. 당시 정부는 미국과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보다 먼저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북한군이 조만간 전투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예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 대선 결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에서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종료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 수준과 시기 등을 조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의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한다는 기본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북·러의 협력 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한군이 전투에 직접 참여한 것을 확인한다면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무기 제공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한-폴란드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해 "그간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대통령실] 2024.1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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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 입장에 '국제사회와 함께'라는 표현이 추가됨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신중해진 기조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전날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조율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 급히 정책을 바꿀 요소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미국 새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조율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묘하게 달라진 정부의 태도로 미뤄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이 문제에 대해 물밑 협의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대통령이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거나 캠프 인사들을 접촉해 이 문제에 대한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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