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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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는 조정하지 못하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만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국민수퍼정기예금’ 외 10가지 거치식예금(정기예금)과 ‘KB두근두근여행적금’ 외 12가지 적립식예금(적금) 금리를 상품과 만기에 따라 0.10~0.25%포인트 낮췄다. KB국민은행 측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추이를 반영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예·적금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게 됐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정기예금 14종, 적금 17종 금리를 0.05~0.3%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11종의 예·적금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적금 상품 금리를 0.2%포인트씩 낮췄고, 농협은행도 지난달 23일 정기예금(5종)과 적금(11종)의 금리를 0.25~0.55%포인트 인하했다.
반면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연 3.72~6.12%로 집계됐다. 한달 전(연 3.71~6.11%)과 비교해 금리 상단과 하단이 0.01%포인트씩 올랐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이후 은행이 수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인상해 대출 조이기 기조를 강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게 은행권 분위기다.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더라도 은행이 가산금리를 추가로 높이거나, 사실상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는 식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어서다. 예컨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최근 비대면 대출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기업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일부 상품의 비대면 대출을 중단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대출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겠지만, 지금처럼 대출을 중단하는 분위기라면 대출금리를 내릴 유인이 없다”며 “가계대출 수요가 확실히 줄어들기 전까지 이런 분위기가 유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734%포인트로 8월(0.570%포인트) 대비 0.164%포인트 벌어지며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은행권은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10월과 11월의 예대금리차가 9월보다 확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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