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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고려아연, 유증 철회…주총서 경영권 분쟁 승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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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충격·금융감독원 제동에 무산…경영권 사수 '명분' 재확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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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달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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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발표 약 2주 만에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시장 충격과 금융감독원 제동 등에 일보 후퇴한 셈이다. 향후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 최종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주주와 시장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회사 정책 기조 유지, 정정 요구 등을 종합 고려해 철회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약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모집 주식 중 80%는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일환으로, 일반공모증자를 벌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사주 공개매수 당시에는 상장폐지 요건 해당 사항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에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상증자 효력은 바로 중지됐다.

고려아연은 시장 충격과 금감원 제동 등을 고려해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 경영권 사수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를 벌였다가 유상증자 계획 발표로 국가기간산업 보호 등 명분이 퇴색됐으나, 철회를 결정하면서 신뢰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최 회장 측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경영권 분쟁 최종 승자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11일 기준 지분 39.83%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9월 진행한 공개매수 이후 표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장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약 34.65%로 추정된다. 영풍·MBK 연합이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한화와 LG, 현대자동차 등이 최 회장 측 우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영풍·MBK 연합은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7일 심문기일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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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공공도서관 부지에서 열린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에 참석해 넥타이를 고쳐메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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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지난 2022년 고려아연과 맞교환한 ㈜한화 지분 7.2%를 되사오면서 최 회장 측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와 한화임팩트 등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며 친환경에너지 분야 사업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풍·MBK 연합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금융권 인사와 이득홍 전 서울고검 검사장 등 법조계 인사, 경찰 출신 홍익태 전 경찰청 차장, 제련공학 전문가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등 12명을 고려아연 이사회에 투입할 계획이다.

영풍·MBK 연합은 집행임원제도 추진한다. 집행임원제는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 집행만 하는 임원을 두는 제도다.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라는 장점이 있으나 경영 효율성 저하라는 단점도 있다.

주주총회에서는 영풍·MBK 연합 측 이사와 집행임원제 적합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석포제련소 안전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영민·배상윤 영풍 대표이사 변호인인 변현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올렸다.

경영권 분쟁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2명은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다. 주주들은 집행임원제가 고려아연 장기적 성장에 미칠 영향도 따질 것으로 보인다.

MBK 파트너스는 지배구조와 주주가치를 위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 행사에 참석해 고려아연 인수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최종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식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과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최 회장은 경영권 분쟁 관련 지난달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철회 배경을 설명하고 주주에게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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