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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트럼프 재집권 대비한 일본…‘외교 에이스’ 야마다 시게오 미 대사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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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1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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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4일 ‘집권 2기’ 시작 뒤 첫 해외 순방으로 본격적인 국제 외교 무대에 나선다. 두달 뒤 ‘트럼프 2기 정부’를 대비해야 하는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페루 리마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각각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시바 총리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총리로 연임을 확정한 뒤 첫 국외 방문 일정이다. 이번 순방에서 이시바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과 회담이 잇달아 예정됐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의 촉각은 차기 미국 행정부를 이끌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쏠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 4년간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조 바이든 현 정부와 밀착하면서도 ‘트럼프 집권’ 가능성을 열어놓고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야마다 시게오 당시 외무심의관을 주미 일본대사로 파견한 게 대표적이다. 야마다 대사는 ‘외무성 에이스’로 꼽혀온 인물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야마다 대사의 주미 대사 기용은 기시다 당시 총리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트럼프 재선’에 대한 포석으로 풀이돼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정부가 미국 로비 또는 자문회사 3곳과 추가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 계약한 로비 회사의 하나인 ‘발라드 파트너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3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해온 브라이언 발라드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어 일본 정부의 ‘트럼프 대비용’이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 4월에는 자민당 부총재를 맡고 있던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나흘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까지 찾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1시간 가량 면담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아소 부총재가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이 확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권 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넓은 관계 구축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온 것은 지난 2016년 ‘학습 효과’ 때문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에 무게를 뒀다고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외무성 한 간부는 지지통신에 “현재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 쪽 모두와 대화하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시바 일본 정부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고민이다. 게다가 일본 국내에서 이시바 총리는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해 정국 주도권을 잃은 데다, 내각 지지율마저 50% 밑으로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확실한 눈도장 같은 ‘성과 보따리’를 들고 와야하는 처지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2기 때 주요국에 대한 대폭 관세 인상, 해외 미군에 대한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 등 일본과 부담과 직접 연결되는 공약을 내놓은 상황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 직후 5분 밖에 통화하지 못했다거나, 개인적 성향이 서로 맞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어두운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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