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황동혁 감독 “한국 고유 게임도, 세계적 게임도 넣었다”

언론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시즌2 게임 세트장. 넷플릭스 제공

“어릴 때 한번쯤은 다 해봤던 한국 고유의 게임도 있고, 전세계에서 다 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져 더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지구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12월26일)를 앞두고 황동혁 감독이 이렇게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 8월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연 간담회에서 황 감독이 시즌2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시즌1에서 오로지 돈을 위해 게임에 참여하는 어리숙한 인물로 등장했던 성기훈(이정재)은 시즌2에서 주최자에 대한 복수라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게임에 뛰어드는 캐릭터로 진화한다.

시즌2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글로벌 시리즈가 됐다. 황 감독은 “평생을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모든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작품을 사랑해주신 전세계 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도 고려했다”면서 “많은 말과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작품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세계 시청자들이 큰 기대를 하는 만큼 시즌1 같은 성공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벌써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부담감이 심했다”고 토로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시즌2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노력을 들인 작품입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충분히 작품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황 감독은 시즌1을 찍을 때도 스트레스로 치아 9개가 빠졌다고 시리즈 성공 이후 인터뷰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에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시즌2는 참가자 중 홀로 살아남아 게임의 우승자가 된 성기훈이 돌아온 게임장에서 프론트맨(이병헌)과 대결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서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이 화면 뒤편에 스쳐 지나가는 이병헌의 모습을 포착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즌1보다 협동심이 중요한 단체 게임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변화다. 황 감독은 “우리가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보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그는 “시즌1 인기 요인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을 받으면 ‘오징어 게임’만큼 세상이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세상은 오히려 더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시즌2와 시즌3에서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느냐,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생존 게임인지라 시즌1에서 기훈을 뺀 모든 참가자가 죽었기 때문에 시즌2에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등 스타 배우들이 새롭게 탑승했고, 시즌1에서 맥거핀처럼 등장했던 이병헌, 공유, 위하준이 돌아온다. 대마초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최승현(빅뱅 ‘탑’) 캐스팅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황 감독은 “(판결 이후) 시간이 꽤 지난 후였고, 집행유예 기간도 끝나 그 정도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이 우려를 표하셔서 제가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승현이 맡은 역할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배역”이라며 “왜 이 작품을 이 배우와 해야 했는지 결과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제작사인 퍼스트맨 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대본이나 스토리 유출을 막기 위해 “(배우들도) 자기가 소유한 파일만 열람할 수 있고, 자기 모니터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본을 받았다. 자신의 캐릭터가 탈락한 이후의 대본은 모른다”고 말했다. 시즌1의 기록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시즌2와 시즌3를 동시에 제작해 제작비가 1천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 했다”고 했다.

한편, 최근 공개된 영국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시즌1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솔직히 나는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 시즌2는 전편의 성공에 대한 보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이 모두 넷플릭스에 귀속됨으로써 창작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에둘러 비판을 한 셈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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