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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사설] 비리 혐의 회장에 연임 문 열어준 대한체육회의 시대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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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한체육회 노조원들이 12일 오후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이기흥 회장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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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공정위, 직무정지 이기흥 회장 ‘3선 가도’ 승인





채용비리·횡령·배임에도…철저 수사로 전면 혁신해야



비리 혐의로 직무 정지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3선 연임의 문이 열렸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에서 이 회장의 선거 출마 자격을 인정하기로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내년 1월의 42대 체육회장 선거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정지 통보를 받았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 발표한 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 결과에 따른 조치다. 이 회장은 2022년 자신의 딸 친구를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기존 지원 요건을 수정하고 이에 반대한 직원들을 강등·좌천시켰다. 또 평창 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17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지인에게 제공했으며, 파리 올림픽 참관단에는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시켜 관광 등 별도 일정을 수행할 수 있게 특혜를 제공했다. 공정이 기본인 스포츠 정신을 굳이 되새기지 않아도 용납하기 어려운 위법이다. 정부는 이 회장과 체육계 관계자 7명을 업무방해·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그런데도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의 연임 도전을 승인했다. 위원장이 이 회장 특보를 지낸 측근인 데다 위원 15명 모두 이 회장이 선임한 인사들이어서 ‘셀프 심의’ 비판이 거세다. 체육회는 이날 공정위 회의 결과도 공개하지 않아 ‘밀실 담합’ 비난을 불렀다. 그간 국회 출석도 국내외 출장을 빌미로 번번이 불참해 온 이 회장은 12일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직무정지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직무정지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체육회와 이 회장의 이런 무소불위적 태도는 조직 사유화와 비정상적 관행 등 체육계의 구시대적 병폐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폭로가 계기가 돼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였다. 선배 선수들의 방 청소와 빨래까지 후배들이 해야 하는 권위주의 문화에 불공정 계약과 협회의 갑질 등 어린 선수들을 후진적 환경에 내몬 채 메달 부담만 지웠던 현실이 미안할 뿐이다.

이제 체육회 내부의 자정과 개혁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철저한 수사로 시대착오적인 부조리·비리를 척결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와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스포츠윤리센터의 독립성 강화도 과제다. 관리·감독 주체인 문체부의 역할에 대한 재점검도 시급하다. 장관이 앞장서 “체육회가 괴물이 됐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매년 4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주는 주무 부처로서의 책임도 크다. 최근 6년 동안 감사를 한 차례도 안 했다니, 이 역시 고강도 개혁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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