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맞서 민통선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민민 갈등’ ‘민관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지목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존중을 내세워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있다.
이런 결과, 탈북민 단체 등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접경지역의 반대 속에서도 ‘살포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과 오물풍선에 시달리고 있고, 전쟁 위험에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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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서는 지난달 31일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을 공개적으로 날리겠다고 예고한 뒤 탈북민 단체와 함께 강행에 나서자 민통선 지역 주민들이 트랙터 20대를 몰고 나와 집회를 벌이고,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위를 벌이며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시켰다.
그러자 이 모임은 경찰에 다시 집회신고를 내고, 이달 중 다시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기로 한 상태다. 이에 민통선 등 파주 주민과 시민단체 및 파주시·경기도 등 지자체는 계속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접경지역인 경기도 연천에서도 민과 관이 뒤엉켜 갈등하고 있다. 연천군의회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연천군수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되자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연천군의회는 지난 9월 27일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연천군 남북협력 및 접경지역 안전에 관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하지만, 김덕현 연천군수의 재의 요구로 같은 달 29일 재의결에 부치면서 결국 부결돼 조례는 폐기됐다. 김 군수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위배, 소관 사무 원칙 위배, 법률의 위임 없는 주민의 권리 제한 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군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연천군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국지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조례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재구 군의원은 의회 회기가 시작되면 다음 달 중 해당 조례를 재발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북한은 10년 전인 2014년 10월 한 탈북민 단체가 연천에서 대북전단이 담긴 풍선을 날리자, 풍선을 향해 고사총 사격을 가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군은 대응 사격에 나섰고, 고사총탄이 면사무소 마당 등에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대피소로 대피하고 남북 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상황이 빚어졌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및 오물풍선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적전 분열’ 양상으로 대립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민민과 민관의 혼연일치 대응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열어 국론을 하나로 모아 일사불란하게 맞서기 위한 묘안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전익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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