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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쇼트폼에 빠져 허우적, ‘도파민 중독’ 확산에…AI 기업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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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디지털 과의존 연구’ 결과 토대로 경각심 고취 캠페인

고위험군, 쇼트폼 시청 비중 45%…폭력·선정·사행성 콘텐츠 많아
반복적 노출로 더 자극적인 내용 찾고, AI는 맞춤 영상 추천 악순환
‘에이닷 엑스’로 덜쓰기 영상 제작…AI가 만든 문제, AI로 해결 취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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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에 중독된 팬덤정치” “도파민 폭발 러브라인” “끝없는 스크롤, 쇼트폼 중독 벗어나려면”…. 자극적인 콘텐츠 범람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은 사회 전반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과몰입하는 개인을 탓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알고리즘과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드는 기업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SK텔레콤은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와 공동으로 ‘AI 시대의 도파민 영향과 디지털 과의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지난 5일 ‘SK AI 서밋 2024’에서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1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해당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디지털 과의존 자가진단 측정도구 10개 문항(각 5점 만점)을 만들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이용 행태를 분석해 일반 사용자군(26점 이하),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27~40점), 고위험 사용자군(41점 이상)으로 구분했다.

고위험군일수록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시청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쇼트폼(1분 이내 영상) 시청 비중은 일반군이 33%였고 잠재적 위험군은 36%, 고위험군은 45%에 달했다. ‘AI 추천 영상 시청을 중단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문항에 점수(5점 척도)를 매겼을 때 일반 사용자는 평균 1.66점, 고위험군은 3.27점이었다. ‘AI 추천 쇼트폼 영상 시청 조절이 어렵다’에도 일반군은 1.77점이었지만, 고위험군은 3.33점으로 높았다. 고위험군은 AI 추천 영상 시청이 오프라인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3.36점)을 미치고 있었다.

시청하는 AI 추천 콘텐츠의 속성을 평가해보니 ‘정보성’은 세 집단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고위험군은 시청 영상의 ‘오락성’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모두 높게 나타났다. 심리적 차원에서도 고위험군은 ‘자기존중감’ ‘논리적 문제해결 능력’이 다른 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민감도가 떨어져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도파민과 AI 추천 알고리즘이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점이 문제다. 노환호 바른ICT연구소 연구원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선호도를 학습한 AI 알고리즘 맞춤형 추천은 사람들을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해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도파민 중독이 사회 전반에 퍼진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2020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도파민 중독 관련 뉴스 392건을 분석해보니 사회·경제적 측면(34%), 방송 및 지자체 홍보(26%), 기업의 도파민 디톡스(치료 또는 개선) 캠페인(23%), 의학적 정보 전달(11%), 정치·정책적 담론(6%)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기업의 전략과 소비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져 도파민 중독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은 전략적으로 소비자의 중독을 설계”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즉 짧은 시간에 강하고 즉각적인 자극을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의 니즈(요구)가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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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중독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나서는 곳 역시 기업들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AI 결자해지’라는 주제로 도파민 중독에 경각심을 주는 디지털 캠페인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자체 거대언어모델 ‘에이닷 엑스(A.X)’로 캠페인 영상을 만들었다. AI 기술로 발생한 문제를 AI 활용을 통해 해결한다는 취지다. 통신사가 ‘스마트폰 덜 쓰기’를 홍보하고 나선 셈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선 AI 알고리즘의 유해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규제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 국회에서 김장겸·조정훈·김태선 의원이 아동·청소년을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서 기술이 만들어내는 각종 사회문제를 ICT로 해결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철학에 기반했다”고 설명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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