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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일면식 없는여성 무참히 살해한 김일곤, 주머니엔 28명의 이름 적힌 '살생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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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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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12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소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지난 2015년이었습니다.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납치해 살인하는 아주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죠. 이 남성은 전과 22범의 김일곤이었습니다. 범죄자 김일곤은 범행 엿새 그리고 이 사건이 공개수배로 전환된 지 나흘 만에 체포됐는데 체포 당시 그의 주머니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일곤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그 메모는 김일곤이 복수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이른바 살생부였습니다. 총 28명의 이름과 직업이 적혀 있었죠. 그렇다면 대형마트에서 무참히 살해했던 그 여성 역시 김일곤의 리스트에 들어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일곤의 계획과 모종의 관련이 있긴 했죠. 그렇다면 과연 그 연결고리는 뭐였을까요? 그리고 그의 살생부 리스트에 있던 28명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소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소희 변호사(이하 임소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소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살생부라는 게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 이걸 품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거 너무 소름 끼치는 대목 아닌가 싶거든요.

◇ 임소희 : 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바로 2015년 발생한 납치 살인 사건의 범인 김일곤이었는데요.

◆ 이원화 : 저도 당시 뉴스에서 이 사건 봤던 기억이 나는데 대형마트에서 여성이 납치돼 살해되는 그런 끔찍한 사건이었죠.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2015년 9월경 김일곤이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30대 여성 피해자를 납치하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가 시신과 차량에 방화하고 도주 행각을 벌이다 검거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당시 범인이 혹시 어떻게 잡혔었나요? 시간이 좀 걸렸었던 걸로 기억이 나긴 하는데,

◇ 임소희 : 네. 경찰은 피해자의 차량이 발견된 인근 현장 CCTV를 통해 김 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섰지만 전과 22범이었던 김 씨가 선불폰을 사용하며 도피 행각을 이어가 범행 엿새째까지 김 씨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현상금 천만 원을 걸고 공개수사로 전환을 했습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나흘 만에 경찰은 한 동물병원 간호사로부터 흉기를 들고 한 남성이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 씨를 체포했습니다. 당시 김 씨가 동물병원에 들어가서 간호사를 흉기로 위협하면서 강아지 안락사용 약을 달라고 요구하자 병원에 함께 있던 다른 간호사가 112에 신고를 했고, 인근 지구대 경찰들이 출동 과정에서 도주 중이던 김 씨를 발견해 격투 끝에 체포한 것입니다.

◆ 이원화 : 동물병원 의료진들이 침착하게 참 대응을 잘해줬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범행 동기가 궁금한데요.

◇ 임소희 : 처음 김 씨는 피해자로부터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범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을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김 씨의 소지품에서 수상한 메모지 2장이 발견되었는데요.

◆ 이원화 : 이게 앞서 잠시 언급했던 이른바 살생부 그거죠?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김 씨가 작성한 메모지는 김 씨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28명의 이름과 직업 등을 적어 소지하고 다니던 살생부였습니다. 이 메모지의 발견으로 김 씨의 범행이 단순히 금품을 노린 범죄가 아닌 증오로 인한 살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경찰은 메모지 속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김 씨가 대형마트에서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한 것이 살생부의 실현을 위한 계획의 일부였음이 드러났습니다.

◆ 이원화 : 살생부를 그냥 적기만 한 게 아니라 정말 실현하려는 의지도 있었던 거네요. 근데 이게 뭐 살생부 실현을 위한 계획의 일부였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떤 식으로 연결이 돼 있었던 거죠?

◇ 임소희 :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4개월 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일을 하던 김 씨와 20대 초반의 남성 A씨 사이에 차량 접촉 사고로 시비가 붙어 벌어진 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폭행 사건으로 김 씨는 약식 기소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은 반면 A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당시 접촉 사고의 앞뒤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혐의 자체가 정당한지 이 부분은 판단하기 어렵겠습니다만 그걸 떠나서 상대방이 무혐의 처분 받은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 임소희 : 당시 김 씨는 사건 기록 열람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씨는 사건 기록에서 A씨의 집과 직장까지 알게 되었고 A씨의 직장 등지로 7회 가량 찾아가 자신의 벌금을 대신 내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A 씨는 덩치가 큰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으로 흉기까지 들고 찾아온 김 씨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김 씨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이야 사건 기록 열람을 하더라도 그런 피해자들의 인적 사항들이 전부 다 가려서 열람이 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안 되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게 노출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았었잖아요. 김일곤이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 이 부분과 관련해서 한 말이 있거든요. 실제 음성 어떻게 말했는지 한번 듣고 오겠습니다.

★ 김일곤(음성) : 제가 영등포 폭행 사건 때 제가 피해자였는데 지금 가해자로 돼 갖고 지금 벌금 50만 원 내려줬고

◆ 이원화 : 사실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 발생한 거거든요. 이게 만약 이 상황이 덩치 큰 젊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면 이 여성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까지도 드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 임소희 : 벌금을 대신 내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격분한 김 씨는 A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당시 A씨의 직장이 노래방이었는데 김 씨는 노래방에서 일하는 A 씨를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가장한 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성을 납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김 씨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한 30대 여성의 납치를 시도했지만 여성이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김 씨는 충청남도 아산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려던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게 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본인 계획대로라면 이 여성을 죽일 게 아니라 유인책으로 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중간에 일이 틀어지기라도 한 건가요?

◇ 임소희 : 김 씨 진술에 따르면 납치 도중 피해자가 소변이 마렵다고 해서 김 씨가 한 야산에 차를 세웠는데 피해자가 도주를 시도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옮긴 것이라 합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시신의 복부에 긴 자창이 있었고 장기 일부가 보이지 않는 등 시신이 참혹하게 훼손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 판결문에는 김 씨가 원래 계획했던 A 씨에 대한 살해 계획에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평소 자신을 멸시했던 일부 여성들에 대한 적개심이 치밀어 올라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 했다 라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와 같은 사실들로 미루어 김 씨가 A씨와 일부 여성들에 대한 적개심을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에게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자신의 분노를 애먼 사람에게 풀어버린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김일곤이라는 사람이 전과도 아주 화려하더라고요.

◇ 임소희 : 네 김 씨는 강도, 특수강도 등의 범행으로 전과 22범이 되어 18년을 감옥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런데 김 씨가 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게 외친 말이 다소 황당한데요. 김 씨는 당시 취재진을 향해 "잘못한 거 없어요. 나는 난 더 살아야 해"라고 큰소리로 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찰에서는 나는 애초 피해자의 차와 휴대전화만 빼앗으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소변만 본다는 약속을 어기고 달아나 화가 나서 살해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김 씨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일말의 반성조차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앞서 김일곤의 리스트 그러니까 살생부에 총 28명의 이름, 직업까지 적혀 있었다고 해주셨잖아요. 나머지 사람들은 별탈이 없었나요?

◇ 임소희 : 당시 김 씨의 살생부에는 경찰, 판사, 의사, 간호사 등 김 씨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28명의 이름, 직업 등이 적혀 있었는데요. 조금 전 말씀드린 바와 같이 김 씨는 그중 자신과 폭행 사건에 연루되었던 A씨를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고 살해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 씨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검찰은 김 씨를 강도살인, 특수강도 미수 일반 자동차 방화 살인 예비 자동차 관리법 위반, 사체 송계 절도, 공기호 부정 사용 도로교통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강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기소하며 김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열거된 죄명 자체도 어마어마하네요.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 임소희 :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수법 수사 및 재판에서 용서받기 어려운 태도 등을 보면 사형 선고도 고려할 수 있으나 문명 국가의 이성적 사법제도에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다. 사회와 무기한 격리되어 참회하고 속죄하라 라고 하며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김 씨가 그렇게 안팎으로 저를 모함하고 음해했으면 사형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사형을 달라 라고 항의하여 법정에서 끌려 나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김 씨는 항소장도 제출하지 않았고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을 살펴보면서 든 생각이 두 가지거든요. 일단 전과 22범 그리고 이 사람이 수감 생활만 18년을 했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 정도 범죄자면 당국에서 좀 관리를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버젓이 납치가 발생한 부분 관리가 부족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 임소희 : 당시 김 씨가 이 사건 외에도 22차례나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법무부의 우범자 관리 대상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우범자 관리가 부실했음이 드러났고, 대형마트 주차장의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되었는데요. 정부 차원에서 우범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한편 대형마트 주차장 CCTV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주차장 조도 기준 강화를 제도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범죄를 예방하여 시민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 이원화 : 사건의 엑스파일 오늘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납치한 후 잔인하게 살해했던 김일곤 트렁크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적 복수를 꿈꿨던 삐뚤어진 마음, 그리고 본인보다 약자였던 여성을 이용하고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질렀던 치졸함과 잔인함까지 김일곤의 범행은 그 어떤 것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그런 악질적인 범죄였습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고 해도 그의 범행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겠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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