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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110주년 맞은 국내 最古 호텔 웨스틴 조선 서울 “대한민국 최초 헤리티지 근간은 사람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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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공로에 자리한 웨스틴 조선 서울이 개관 110주년을 맞았다. 1914년 10월 10일 등장한 한반도 최초의 럭셔리호텔은 개관과 동시에 세계 각국의 대사와 정치·경제인이 찾는 비즈니스 성지로 자리잡았고, 한 세기를 훌쩍 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4년 전 조선호텔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2021년 웨스틴 조선 서울에 부임한 이정욱 총지배인은 “대한민국 최초, 최고(最古) 호텔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지속가능한 호텔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우선 120주년을 향한 첫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모습을 10만 개의 레고 브릭으로 재현해 호텔 로비에 전시한 작품이 정겹고 또 이채로웠다.

매일경제

이정욱 웨스틴 조선 서울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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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2000년 조선호텔에 입사했다. 웨스틴 조선 서울 연회·객실·마케팅 팀장을 거쳐 2018년 레스케이프 호텔 부총지배인, 총지배인을 역임했다. 2021년 웨스틴 조선 서울 총지배인으로 부임했다.

객실 80%가 외국인, 국제 감각 높아
Q 팬데믹 이후 호텔이 다시 성업 중인데, 어떠십니까.

A 팬데믹 여파는 이제 거의 끝났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서울의 중심 호텔들은 영업이 굉장히 활발해졌어요. 웨스틴 조선 서울은 올해 110주년을 맞았는데, 어제가 기념일이었습니다. 관련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이 많아 영업 외적으로 바쁜 시기였습니다.

Q 말씀처럼 110주년이 됐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찾는 고객도 있습니까.

A 그럼요. 저희 호텔은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손녀들까지 대를 이어서 이용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벌써 그렇게 됐냐며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Q 서울 중구 소공로에 자리해 탁월한 입지가 장점인데, 반면 경쟁자도 꽤 많습니다.

A 분명히 많습니다.(웃음) 경쟁자가 많아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장점이죠. 조선호텔,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이 그런 경쟁을 통해 같이 성장했습니다. 차별점이요? 물론 각각의 고유한 스타일은 달라요. 저희는 비즈니스 출장을 온 외국인 손님이 많은 호텔입니다. 여타 호텔과 비교하면 좀 더 국제적인 느낌이 강하죠. 식음업장은 국내 이용객 비중이 높지만 객실은 약 80%가 외국인입니다. 특히 해외 금융권에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Q 각 호텔마다 명소가 있던데요. 비즈니스 미팅 명소를 소개해 주신다면.

A 황궁우가 보이는 레스토랑 나인스게이트가 명당이에요. 하늘에 제를 올리는 영험한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비즈니스 미팅의 경우 장소도 중요하지만 사실 찾는 분들의 요구사항이나 선호도, 특징 등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게 선행돼야 해요. 그렇게 마련된 편안한 분위기가 먼저죠.

Q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꼭 경험해야 할 곳이라면.

A 저희 호텔 수영장을 추천합니다. 지붕이 유리로 돼 있어 색다른 채광을 느낄 수 있거든요. 배영을 할 줄 아신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나이스케이트에서 황궁우를 바라보며 즐기는 아침 식사나 라운지&바에서 일몰을 보며 즐기는 위스키 한 잔도 빼놓을 수 없지요.

호텔리어의 첫째 덕목은 관심
Q 호텔리어의 로망은 총지배인이라고 하던데요. 어떠십니까.

A 처음엔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컸어요. 부임하고 직접 뛰어보니 경영자이자 호텔의 상징적인 인물이더군요. 호텔리어의 꿈이 왜 총지배인인지 곱씹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웨스틴 조선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건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Q 24년 전에 입사한 첫 직장(조선호텔)에서 총지배인이 됐는데, 꿈을 이루신 건가요.

A 사실 제 주변에 저를 아는 분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제가 굉장히 내향적이거든요. 그동안 총지배인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첫 직장에 입사해 가장 중요하고 큰 사업장의 총집행을 하게 됐다는 게 좀 더 각별한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Q 호텔리어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호텔은 고객을 대하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사람을 겪는 곳이죠. 고객도 사람이고 함께 일하는 임직원도 사람입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하죠. 그리고 그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Q 110년간 명맥을 이어온 근간처럼 들리는데요.

A 110년간 쌓아온 헤리티지(유산)를 만든 건 켜켜이 쌓인 시간과 그 안의 사람입니다.

K-호텔의 강점은 환대
Q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총지배인으로 부임했는데, 그룹 내에서 특별한 주문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호텔 산업은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9·11과 금융위기, 메르스 사태도 겪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심각했어요. 이렇게까지 오래 갈 줄 몰랐던 거죠. 2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첫째는 안정화였습니다. 영업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당시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새로운 호텔 개장이 이어졌거든요. 웨스틴 조선 서울의 인력이 새로운 호텔에 차출된다든지, 책임자급으로 업무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인력 순환에 대한 안정이 필요했습니다. 또 하나는 언제 팬데믹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영업 재개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했어요. 팬데믹 이후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대응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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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운 트렌드? 어떤 대응이 이어졌습니까.

A 팬데믹 기간에 객실 영업은 새로운 채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저가 시장이라 꺼리던 홈쇼핑에 진출했어요. 엔데믹 시즌에는 외국인들의 러시가 이어져 그들에게 최적화된 패키지 개발이 필요했는데, K-컬처를 접목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맨들의 장기체류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거든요. 한 번 오기 힘들었으니 오래 머무는 거죠. 그러다 보니 하루나 이틀 휴가를 내고 관광에 나서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비즈니스와 레저가 공존하는 시장을 먼저 발견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식음료는 포장과 배달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Q 그런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부터 실적도 상승곡선을 탔습니다.

A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적, 질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객실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미국이 중심이던 외국인 고객의 비중이 유럽과 동남아로 확장됐어요. 금융권 외에 관광에 나선 분들이 많아진 것이죠. 저희 호텔에서 명동 거리가 지척인데, 2010년대까지 일본어만 들리던 거리에 이후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등 다양한 국적의 언어가 들립니다. 이게 바로미터죠.

Q 조선호텔앤리조트는 11개의 호텔을 운영(위탁 포함) 중인데, 웨스틴 조선 서울 외에 인상적인 호텔을 꼽는다면.

A 웨스틴 조선 서울에 부임하기 전에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처음 총지배인으로 근무했습니다. 개장 무렵이어서 어려움도 많았는데, 지금은 부티크 호텔로서 인테리어나 감성이 돋보이는 장소가 됐어요. 올봄에 찾을 기회가 있었는데,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조식을 드시러 가는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호텔에서의 휴가를 계획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Q 한국에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과 경쟁하는 국내 브랜드 호텔들이 많은데요. 이른바 K-호텔의 특징이 있을까요.

A 국내에 있는 호텔들은 해외 브랜드라 할지라도 근무하는 분들이 한국인이니 K-호텔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호텔은 서비스가 기반입니다. 서비스를 번역하면 환대인데, 우리의 기본 정서와 밀접한 것 같아요. 우리에겐 손님에게 베풀고 서운하게 보내지 않는 문화와 전통이 있잖아요. 그건 해외 호텔의 사무적인 분위기나 친절과는 다른, 좀 더 깊은 진솔함이 있습니다.

Q 올해 계획은 달성하셨습니까. 새로운 계획이라면.

A 올해 실적은 잘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죠.(웃음) 개인적으로는 매달 책 두서너 권을 읽기로 했는데, 한 3개월 지키다 놓고 말았어요. 다행인 건 그때 읽은 책 중 두 권이 한강 작가의 작품이어서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계획은, 아침에 직원들과도 얘기를 나눴는데 110주년은 어제로 끝났고 이제 120주년을 향한 첫날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지속가능한 호텔이 가장 큰 목표 아닐까요.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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