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한 화물기사가 자신의 화물차 컨테이너 옆에서 거래명세서를 들고 있다. 조해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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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폐지된 지 2년이 다 돼 가면서 화물노동자의 수입이 줄고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정치권이 다시 안전운임제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교섭위원장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책대회에 발제자로 나서 “안전운임제 일몰 후 2023년 상반기까지는 제도 시행 시기 운송료 수준이 일부 유지됐지만, 그해 9월 이후 급격히 삭감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화물연대 자체조사 결과 지난 3월 화물노동자 소득은 지난해 대비 45% 감소하고, 주 평균 노동시간은 11.1시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노동시간이 늘었고, 그로 인해 사고 위험도 커졌다. 지난해 화물연대가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과속이 늘었다는 응답은 66.1%, 과적이 늘었다는 응답은 58.5%였다. 김 위원장은 “화물노동자들은 이른바 도로 위의 흉기로 비유되며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이 돼 왔지만, 이는 저운임을 만회하기 위해 비자발적 과적·과속·과로가 일상화된 결과”라고 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주최로 ‘안전운임제 확대와 화물운송산업 안전 증진을 위한 정책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해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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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란 화주-운송사-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화물노동자들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이라고도 불린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BCT 기사들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일몰제)됐다. 도입 당시 화물노동자들의 과적·과속·과로가 줄면서 운행이 안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물연대는 제도 일몰을 앞둔 2022년 제도 확대·연장을 요구하며 두 차례 총파업을 벌였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이 별도 입법에 나서지 않으면서 안전운임제는 일몰됐다.
안전운임제라는 가격 결정 기준이 사라지면서 업계 질서가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컨테이너분과와 직접운수사업자협의회가 지난달 148개 운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98.0%가 ‘안전운임제 일몰 후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가 줄었다’고 답했다. 86.5%는 ‘일몰 후 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송료가 줄었다’고 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인 백두주 박사는 “안전운임제 재입법과 지속가능한 시행은 화물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전반적인 안전의식을 높여 중장기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를 상설화하는 법안(이연희 의원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화물연대는 이에 더해 안전운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안전운임을 지키지 않는 화주를 처벌하는 윤종군(민주당)·황운하(조국혁신당) 의원안을 지지한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운임 결정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표준운임제’를 일몰제로 도입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연내 상임위원회 법안 의결을 목표로 야당과 협의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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