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취임 100일 후 속도감 있게 추진 예상"
IRA·반도체법 등 기존 정책 폐지보다 보조금 축소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신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되었는가 -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묻는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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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후 100일 안에 속도전으로 강력한 통상정책을 밀어붙일 겁니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 통상교섭본부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0일 안에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 등 강력한 통상 정책을 발빠르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우리나라 수출품 중 관세 부과의 주요 표적이 될 품목으로 '자동차'를 꼽으면서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미국 신(新)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되었는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고 김종훈 전 국회의원(2007∼2011년 통상본부장),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2011∼2013년 통상본부장),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2019∼2021년 통상본부장)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년 통상본부장)으로부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신정부 통상정책 기조와 정책 전망, 한국의 통상정책 대응 등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 머물고 있는 여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 적자 축소, 미국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 경쟁 우위 확보 등 3대 목표 아래 관세 등 통상 정책을 핵심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면서도 관세 부과에 있어 대상 국가, 품목, 적용 시점 등을 다양하게 두고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상무관으로서 한미 FTA 개정 협상 등에 직접 대응했다. 여 연구위원은 "내년 1월 취임 후 10% 보편 관세를 발표하며 발효 시점을 6월로 두고 5, 6개월 동안 개별 국가와 딜메이킹(거래 성립)이 된다면 예외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을 쓸 수 있다"며 "(트럼프 1기 당시) 국가안보 위협 우려가 있는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서 철강이 예외를 적용받은 것처럼 한국은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구체적 논리를 만들고 딜메이킹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을 꺼내며 "미국은 동맹이든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든 철저히 경제 수치로 판단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수단인 동시에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라며 "미국의 일방 조치에도 한국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 등 요구 사항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안보 이유로 자동차 관세 올릴 가능성"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신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되었는가 -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묻는다' 좌담회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미국에서 바라본 미 대선 이후 한미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화상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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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칩스법) 등 보조금 정책이 없어지긴 어렵지만 보조금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원장은 "IRA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기 때문에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보조금을 줄인다거나 해외우려집단 조항을 강화할 가능성은 있다"며 "기업들은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대미 투자를 강화하는 등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인력 교류나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대안을 마련하면 트럼프 정부에도 좋은 기회일 것"이라며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조선·선박의 기술력을 주고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수입하는 현실적 대응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대미 무역 흑자의 효자 품목인 자동차가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에서는) 232조를 철강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적용하려 했었다"며 "현재 한미 간에는 거의 0%, 미국에선 2.5%인 자동차 관세율을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점점 더 수출만으로는 (앞날이) 불확실한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며 "자동차 업체에서도 해외 투자와 현지 투자, 수출 등을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06년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였던 김 전 의원은 "대미 흑자에서 자동차가 가장 큰 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에 '덜 팔 것'을 생각하기보다 '미국이 경쟁력 있는 것을 더 사보자'는 전략으로 미국의 에너지 기술 경쟁력과 로켓 발사 기술, 민간 항공기 제조 기술 등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발굴하면 윈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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