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일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기본으로 음악, 쇼핑, 식음료 배달 및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데 묶어 이용하는 '슈퍼 번들링'(묶음 구독 상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닐 말호트라 방고(Bango)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더 풍성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경험하길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의 구독 번들링 및 결제 전문업체 방고가 지난달 공개한 '구독 전쟁 2024'(Subscription Wars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플랫폼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달 30달러(약 4만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연간으로는 360달러(약 48만원)의 비용을 구독료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인당 구독 중인 플랫폼 서비스는 평균 3.4개였다.
말호트라 CMO에 따르면 슈퍼 번들링이라는 용어가 업계 화두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이른 지난해부터다. 그 이전에는 단순히 1개 서비스와 1개 구독을 결합하는 방식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업종을 막론하고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 상품으로 제공하는 형태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말호트라 CMO는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가 가장 활발한 지역인) 미국의 경우 인구의 약 25%가 10개 이상의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고, 한국 역시 비교적 많은 평균 3~4개 구독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한국 소비자의 일부는 구독 서비스가 6~8개라고 답할 만큼 구독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독 규모 자체만 커진 것이 아닌 구독이 이뤄지는 서비스의 범주 역시 굉장히 다양해졌다"면서 "일례로 최근 5년 사이 변화에서 과거에는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콘텐츠 소비에 구독 서비스가 많았다면 지금은 그 범주가 헬스케어, 커머스 등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그만큼 양질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구독 패키지(번들)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늘고 있다는 게 말호트라 CMO 분석이다.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는 "조사 결과 (시장을 막론하고) 국내외 소비자들은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따라오는 경제적 부담과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구독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조사에 참여한 한국 소비자의 71%는 구독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의 경우 더 나은 혜택을 받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구독이 이뤄진다면 '직접 구독'이 아닌 '타사 결합 상품을 통한 간접 구독'에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슈퍼 번들링 제공업체로 '통신사'가 주목받고 있다. 말호트라 CMO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은 자신이 이용 중인 이동통신사가 슈퍼 번들링 패키지를 제공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비슷한 양상으로 통신사들도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자 앞다퉈 구독 상품에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응답자 2000명 중 3분의 2인 65%가 현재 여러 구독을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고 답변했고, 60%는 구독 지출이 가계지출 전체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답했다"면서 "이 지점에서 슈퍼 번들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 입장에선 고객의 일상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만한 연관성 있는 서비스를 연결해 제공하는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방고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디지털 자판기'(DVM·Digital Vending Machine) 서비스는 통신사 등 구독 유통업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를 서로 연결해 더 많은 유료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일종의 슈퍼 번들링 전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방고에 따르면 콘텐츠 제공업체는 이 솔루션을 통해 전 세계 통신사 및 기타 채널이 제공하는 배포·마케팅·결제 청구 네트워크 등을 즉시 이용할 수 있고, 통신사 등 구독 상품을 유통하는 업체는 디지털 자판기 내에 이미 구축된 수백 개의 번들 속에서 자사 환경에 맞춘 최적화된 구독 상품을 소비자에게 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말호트라 CMO는 "통신사들이 부가가치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각각의 콘텐츠마다 계약을 비롯해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 많다"면서 "그러나 DVM은 이러한 과정을 90% 가까이 이미 구축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방고는 콘텐츠 제공사와 통신사 등 유통사와 광고가 하나의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는 종전보다 나은 구독 환경을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기업도 동반되는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시장 환경이 구축되는 것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민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