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는 김형경 씨
20년 다닌 외국계 기업 퇴직 후 교원 도전
“학생과 공감·연대로 수업 만족도 높아”
“언젠가 외국 누비며 한국어 가르칠래”
김형경(48) 씨는 지난 1997년 생전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눈 앞의 외국인에게 머릿속으로 달달 외웠던 영어 문장을 내뱉자 신기하게도 답이 돌아왔다. 대화보다는 단어와 숙어, 문법을 외우면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단으로만 영어를 공부했던 시절, 김 씨는 그 순간을 계기로 “한순간 영어에 매료됐다”고 했다. 이후 그는 ‘미친 듯이’ 영어 공부를 했고, 해외 영업 직군에 취직했다. 그렇게 약 20년이 지난 지금, 김 씨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에 매료되도록 하는 것. 라이프점프는 최근 서울 성북구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인생 2막’을 연 김 씨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꿈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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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소개를 해 달라.
- “해외 영업 직군에서 20년간 일했고, 2020년 퇴직했다. 2022년 한 사이버 대학에서 한국어 교원 과정을 시작했다. 올해 졸업하면서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 5월부터 경기도 양주시의 서정대학교와 경동대학교 어학당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 - 어쩌다 한국어 교원 과정을 시작하게 된 건가.
- 예전에 했던 직무가 지금 어떻게 도움이 되나
“한국어 교원은 채용 과정에서 시범 강의를 하게 된다. 해외 영업 일을 하며 발표를 셀 수 없이 많이 했기에 시범 강의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실제 학교 수업에서도 많이 움직이고, 아이들과 많이 대화한다. 다른 분들은 판서하며 주로 강단 앞에만 서 계신다고 하더라. 예전 직무와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20년 동안 회사에 다니며 쌓은 경험이 정말 많이 도움 된다.”
- 한국어 교원은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취업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어떻게 취업까지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대학생들이 스펙 쌓듯이 나도 한국어 교원 관련 경험을 쌓으니 결국은 취업에 도움이 됐다. 한국어 봉사대에서 5개월 정도 활동했고, 성북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약 2년간 미국인 교포나 외교관 배우자 등을 일대일로 가르쳤다. 한국어 교원은 정말 생소한 분야였고, 해 봐야 알 것 같아서 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의 ‘해외 파견 한국어교원 직무교육’도 수강했다. 학교에서는 이론을 배웠다면 노사발전재단에서는 면접과 실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적으로 배웠다. 교육에서 만났던 다른 동기 중 몇 명은 필리핀 등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 외국계 기업에 다니셨으니 영어를 잘하실 것 같다. 한국어 교원에게 영어 실력이 필수일까.
“수업에서는 오로지 한국어로 교습해 외국어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영어로 가끔 설명해 주기는 한다. 고급 영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어를 많이 아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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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교원에게는 한국어 지식 외에 어떤 자질이 더 필요할까.
“선생님이니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추가로 필요한 자질을 꼽자면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다. 언어는 주고받아야 한다. 학생과 공감과 연대감을 쌓아야 학생과 선생의 수업 만족도가 올라간다. 어학당 학생들이 대부분 18~20세로 어리다. 부모님과 떨어져 타지에서 얼마나 힘들겠나. 한국어 교원이지만 때때로 보육 교사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을 필요도 있다. 질문도 하고, 이름도 불러주며 관심을 표현하는 거다.”
-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어 교원 일자리는 많은 편인가.
“일자리는 충분히 많이 있다. 하지만 한국어 교원 수 자체도 많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 더 철저히 준비한 사람이 취업할 수 있다. 체감상 서울은 경쟁이 조금 더 치열하다. 지역을 넓혀 일자리를 찾으면 기회는 더 많다고 생각한다. 정성스레 준비한다면 누구나 한국어 교원이 될 수 있다. 주위 한국어 교원을 보면 30대가 가장 많지만 5060도 전체 선생님의 10~20% 정도는 차지한다. 60세의 지인도 얼마 전 한국어 교원으로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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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인생 2막의 일자리로 한국어 교원은 어떤지 궁금하다.
“인생 2막에 하는 일은 즐거워야 할 것 같다.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즐겁지 않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일이 너무 즐겁고 재밌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일을 하겠다고 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경험을 쌓기까지는 큰돈을 모을 수 없다. 호기심에 ‘그냥 해보고 싶다’는 것도 반대한다. 한국어 교원 중에는 30대도 많은데 그들에게는 이 일이 소일거리나 부업이 아닌 ‘생계’다.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한국어 교육 분야를 같이 키워나가고, 개척해 나갈 분들이 도전하시면 좋겠다.”
- 한국어를 가르치며 생긴 즐거웠던 추억이나 아쉬운 점이 있을까.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지만 한국어를 전혀 모르던 중국인을 가르친 적 있다. 한국어를 못하니 무서워 밖에 나가지를 않더라. 그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며 현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 후 혼자 멀리도 나가보고, 친구도 만난다고 들었다. 한국어를 배운 후 인생이 즐거워졌다는데 그때 정말 뿌듯했다. 일 자체로는 힘든 게 없다. 이 분야의 문제점이 있다면 자원봉사가 정말 많다. 봉사가 많으니 한국어 강사의 강사료가 올라가지 않고, 지위도 떨어지고, 학생들의 태도도 덜 진지하다. 한국어도 영어처럼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는데 아쉽다.”
- 인생 2막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어 교원은 전 세계로 파견된다. 외국에는 정년퇴직이 없는 나라도 있다더라. 아직은 어느 나라로 갈지 정하지 못했지만 학교에서 경력을 충분히 쌓고 언젠가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보고 싶다.”
정예지 기자 yeji@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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