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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미국인에 팔려면 미국서 만들어라”…어게인 트럼프, 생존 갈림길 선 K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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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에 무역확장법 232조 가능성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활용해
통상환경·환율 변화 대응해야

보조금·세액공제 축소 시도엔
트럼프 핵심 인사들 설득 필요

대중국 수출통제 더 강해질 것
기술패권 품목 공급망 구축을


◆ 한미관계 긴급좌담회 ②경제·통상 분야 ◆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월 대통령 집권 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릴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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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트럼프 2기는 무역적자 축소를 목표로 지난 1기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관세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경제강국 또는 현금인출기)’으로 지칭하며 무역과 안보에서 더 많은 부담을 지우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인 보편관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무역상대국이 미국의 제품에 매기는 관세율와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상호무역법도 밀어부칠 태세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흥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감세도 추진할 방침이다. 부족해진 세수로 발생하는 재정 공백을 관세로 메운다는 구상이어서 트럼프의 보편관세·상호무역법이 허언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으로 관세 공격의 사정권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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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한미 통상 전문가인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안호영 전 주미대사와 함께 ‘트럼프 시대의 한국경제’를 주제로 지상 대담을 진행했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당시 한국팀 일원으로 참여했고, 안 전 대사는 트럼프 1기 초반을 포함해 4년 4개월 간 주미대사를 지냈다. 외교관 재직 당시 통상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트럼프 1기 한미FTA 개정 협상 현장에 있었다. 이 원장이 이끄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최근 트럼프 관세공약 등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긴다고 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한미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인데, 현실화할 수 있을까.

▶이 원장=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무역 불균형 조정 수단 정도로 활용할지, 감세에 따른 정부 재정적자를 메우는 수단으로까지 활용할지 지켜봐야 한다. 재정적자 축소 목적이라면 FTA 체결국에도 보편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보편관세 20%가 적용되면 수출 규모가 최대 448억 달러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7%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 전 본부장=트럼프는 취임 이후 100일 내 보편관세, 대중국 60% 관세, 상호무역법의 관세정책 패키지를 시행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이다. 2020년 166억 달러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규모가 지난해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급증한데서 기인한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해 미국에 215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전세계 국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미국 내 공장을 지으면서 기계·설비 같은 중간재가 많이 들어갔는데, 이게 모두 미국의 수입으로 잡히면서 한국 입장에서 대미 수출액이 급증한 것이다. 이를 트럼프 핵심 인사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무역흑자인데, 무역적자를 싫어하는 트럼프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

▶여 전 본부장=미중 패권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축소)을 실시했다. 실제 작년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19.7%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가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19년 만이다. 즉 미중 패권경쟁 가운데 한국은 미국이 우방국들에게 바라는 대로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실제 이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보편관세를 적용하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측에 강조해야 한다.

▶안 전 대사=트럼프 경제통상팀 핵심 인사들이 매우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가 논리를 탄탄히 세우면 수긍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트럼프는 앞서 1기 집권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할 때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법을 우방 중 우방인 우리에게까지 적용한 것이다. 당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핵심인사들에게 통상법에 기반했을 때 이같은 조치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특히 232조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 발동해야 하며 한국 같은 혈맹국가에 적용해선 안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한미FTA 개정은 우려했던 수준보단 양호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같은 바이든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원장=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동시에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이들 법안의 폐지와 축소 논의가 탄력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들 법에 기반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조지아, 텍사스, 테네시 같은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이뤄진 만큼 공화당 내부에서도 폐지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을 것이다.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이나 세액공제액을 축소하거나, 보조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해 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사=이들 법안 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시행령)은 재무부와 상무부가 작성하게 된다. 트럼프 통상 정책의 설계자인 라이트하이저가 재무장관 또는 상무장관이 유력시 된다. 가이드라인만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힘들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 2기의 대중국 기조는 바이든보다 훨씬 강경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겐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한 교역국인 만큼,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여 전 본부장=위기와 기회 요인이 모두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바이오, 전기차 등 미국이 국가안보와 기술패권에 연계됐다고 판단하는 품목과 관련해선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공급망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 사람들은 중국산 소재나 부품 등이 한국에 들어와 중간 공정을 거쳐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수출되는 식의 위장된 중국산을 무척 경계한다.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 원장=미중 간 경쟁 구도 하에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은 이미 둔화 추세를 보여온 반면, 한국이나 일본,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한 대미 간접 수출은 늘고 있다.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조치에 나설 것이다.

▶여 전 본부장=여기에서 한국에 오히려 기회요인이 더 많다고 본다. 트럼프가 중국 첨단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수록 우리에겐 미국 시장이 보다 넓게 열리게 된다. 또 첨단분야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릴 시간도 벌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미국을 제조강국으로 되살릴 정책을 펼칠텐데, 혼자 힘으론 할 수 없고 파트너가 필요하다. 중국이 그 역할을 할 순 없지만, 우린 할 수 있다. 현 국면이 한국 경제의 새 동력이 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땐 한국의 대미 수출품 중 철강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 2기 트럼프에선 어떤 산업이 견제 받게 될까.

▶이 원장=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우리가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 폭이 큰 대표 품목이다.

▶여 전 본부장=트럼프 경제팀 인사들을 만나면 지난 1기 때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동차에 적용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자주 토로하곤 한다. 임기 말에 추진하면서 현실화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자동차 산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됐다는 인식을 갖고있다. 따라서 2기 때는 232조를 자동차 산업에 적용할 가능성이 무척 커 보인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완전히 달라지게 될 대미 통상환경을 돌파해 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의 무역흑자에서 자동차와 차 부품 비중이 높지 않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본국 생산과 해외 생산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통상환경 변화나 환율 변동성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도 미국 현지 거점인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미 수출 규모를 관리 해야 한다.

-트럼프는 약 달러를 지향하지만, 그의 정책들은 강 달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트럼프 당선 직후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떨어졌다.

▶여 전 본부장=제2의 플라자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관세만으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힘들다는 건 트럼프 경제팀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환율 카드를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 엔화 가치가 2배 절상됐지 않나. 실제 트럼프 경제팀 내부적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충격요법을 심각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이 원장=미국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고, 트럼프가 저금리 기조를 선호하는 만큼 달러 약세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으나,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 증가와,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미국 소비자 물가는 낮게는 1.98%에서 높게는 4.72%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근 추정치다.

▶여 전 본부장=앞서 트럼프 1기 한미FTA 개정 협상 때 미국에선 환율조작 제재조항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 협상팀에서 강력 반대하면서 결국 포함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후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개정 땐 환율 조항이 포함됐다. 트럼프 통상 정책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는 관세와 환율로 무역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주요 무역국과 환율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나바로, 라이트하이저 이름이 계속 언급됐다. 이들을 포함해 트럼프 경제·통상 분야 핵심 인사들은 어떤 시각과 생각을 갖고 있나.

▶여 전 본부장=트럼프 2기 핵심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게 라이트하이저다. 아이디어는 강경하지만 행정가답게 현실감각도 갖추고 있다. 한미FTA 개정 협상 때 만난 나바로 역시 굉장히 강경한 인물이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 때 제시한 상호무역법(상대국 관세와 동일한 관세를 적용)도 나바로가 밑그림을 그렸다. 또 알려진대로 굉장한 반중주의자다.

▶안 전 대사=재무장관, 상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도 주목해야 할 인사다. 컨설팅 회사 출신인데, 트럼프 1기 때 주일대사를 지내면서 경제문제와 동아시아 안보문제 모두 정통하다. 한국에 대해 호감이 큰 인사로 우리가 공을 들여야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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