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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리셋 코리아] 절실해진 한국·유럽의 전략적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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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비유럽 정부가 자국 군대를 유럽에 파견해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유럽은 충격을 받았고, 북한의 파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지 모색 중이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의 행동이 유럽 지도자와 정책 입안자의 의제에서 중요 주제로 떠올랐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사람과 같은 유럽인을 죽이기 위해 배치되었다. 북한이 2006년 실시한 최초의 핵실험은 유럽에서 김씨 일가의 행동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한 마지막 사례였다. 그만큼 유럽연합(EU)과 유럽 국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북한군의 파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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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 spravdi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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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파병에 유럽 큰 충격 받아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여부 관심

안보 파트너로서 한국 입지 강화

유럽과 북한의 관계가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독일·스웨덴·영국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고 북한과의 관계를 되살리려 한다.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 교류 재개를 통해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지원이 유럽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북한에 이해시키려 한다.

동시에 EU를 중심으로 유럽은 북한이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에 대해 처벌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개적 비난과 유엔에서의 문제 제기를 포함한다. 유럽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와 지원 축소도 추진하려 한다. 유럽은 이를 통해 북한에 반격하는 동시에 김정은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다른 정부에 경고를 보낼 수 있다. 대부분 국가는 북한만큼 고립되지 않았기에 유럽으로부터 경제적 타격을 받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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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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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럽 정책 입안자가 중국에 접근해 러시아·북한 협력이 중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동력이라는 인식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면서 더 커질 것이다. 북한은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는 반면 중국은 경제적·외교적 지원과 핵심 기술을 제공한다고 서방은 생각한다. 중국은 권위주의 정권의 한 축으로 묶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권위주의의 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파병은 중국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파트너, 특히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에 있는 북한군은 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지정학이 하나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다. 유럽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인도·태평양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나토-IP4(한·일·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 협력이나 최근 공개된 한국·EU 안보·방위 파트너십은 장기 협력 메커니즘이지만, 유럽 전쟁에 북한군의 참여는 단기적으로 이를 강화한다. 중국 지도자들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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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EU집행위원장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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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에 한국과의 협력이 포함되어야 함을 잘 안다. 나토와 EU, 우크라이나는 북·러 관계와 관련하여 한국과의 정보 교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과 한국 간 안보·방위 대화와 교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유럽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허용할지 주시하고 있다. 유럽은 한국이 미국·폴란드 같은 제3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데 긴요한 포탄도 포함된다.

유럽인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제공한 모든 지원에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되면서 상당수 유럽 지도자는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살상 무기나 최소한 방어시스템을 제공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유럽의 핵심 안보 파트너로서 한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한반도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유럽의 한국 지원이 보장될 것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한국의 분단 상황이 유럽의 중심부로 옮겨갔다. 이는 유럽과 한국이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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