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병원을 옮겨 다니며 과도하게 치료받는 ‘의료 쇼핑족’과 비급여 진료의 허점을 노린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린 결과다. 한 40대 남성은 11개월간 병원 8곳에서 비급여 물리치료를 342회나 받고 실손보험금 8500만 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게다가 비급여 진료비 책정은 의료기관 마음대로이다 보니 일부 병원이 수입을 올리려고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고 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1000만 원이 넘는 백내장 수술을 권하거나 수십만 원 하는 도수치료에 비타민·영양주사 같은 시술을 병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과잉 비급여 진료로 인해 만성 적자에 빠진 실손보험은 올해도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메우려면 매년 보험료를 15%씩 올려야 할 정도다. 수천만 원씩 보험금을 타가는 소수의 부도덕한 환자들 때문에 병원에 잘 가지 않는 대다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비정상이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손 빼먹기’가 건보 재정을 갉아먹고 의료 체계를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급여 항목에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를 ‘끼워 파는’ 혼합 진료가 늘면서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실손보험 탓에 피부과·안과·정형외과 등에서 고가의 경증 치료로 손쉽게 돈벌 수 있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필수의료 분야의 구인난은 심각하다.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필수의료를 무너뜨리는 실손보험에 대한 개혁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대폭 손질하고 환자 본인 부담을 높여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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