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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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펼친 거시경제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감세정책에 기반한 ‘짠물 재정 운용’이다. 전임 정부 때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불어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 기조다. 하지만 낙관적 경기 전망을 토대로 재정 계획을 짠 탓에 대규모 세수결손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작은 재정’의 한계로 소득·부의 재분배는 더 취약해졌다.
낙관적 예측…파행 빚은 재정 운용
다음달 ‘2025년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한창인 기획재정부는 요즘 경제 전망 수정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돈 0.1%(전기비·계절조정 기준)로 집계된 탓이다. 정부로선 올해 성장률 전망(2.6%)을 큰 폭으로 내려잡아야 할 처지다. 시장에선 2% 초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잘못된 예측, 특히 낙관적 전망은 거시경제정책 전반에 차질을 줬다. 정부의 핵심 거시경제정책인 재정정책이 ‘경제 전망’을 토대로 운용되는 탓이다. 지난해 약 56조원에 이어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세수결손(예산보다 세금이 덜 걷힘을 뜻함)은 현 정부의 재정 운용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세수결손은 국회 동의를 받은 예산 사업 차질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경기를 끌어내리는 구실을 한다. 정부는 외환시장 방파제인 외국환평형기금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주택도시기금 등을 끌어와 세수 부족에 대응하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피하기 위한 꼼수란 평가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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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세수 기반… 건전재정은 어디에?
현 정부의 재정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감세와 초긴축 예산이다. 우선 정부는 올해와 내년 예산 모두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크게 낮게 설정해 편성했다. 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재정 증가 속도를 낮췄다는 뜻이다. 또 법인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 주요 세목의 과세 기준을 완화하거나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 감세정책을 추진했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더불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정부의 이념이 투영된 재정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는 데 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에 따른 향후 재정 소요를 염두에 둘 때 세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재정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정부는 보수정부였음에도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중심으로 과세를 대폭 강화해 조세부담률을 20% 가까이 끌어올렸다.
작은 재정으로 재분배 기능의 제약도 커졌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 간 시장소득(근로+사업+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사적이전지출) 격차가 2022년 2분기 15.6배에서 2024년 2분기 18.2배로 벌어진 상태다. 강 교수는 “시장소득으로 양극화가 확대되는데 초긴축 예산으로 대응하는 것은 성장률을 넘어 재분배 관점에서도 자멸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스스로 제시한 재정건전성 관리 목표 달성 여부도 미지수다. 정부는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는다는 방침이지만 대규모 세수결손 등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내년 재정적자 비율이 3%를 웃돌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결국 세입 확보가 안 되니 지출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등 재정건전성, 거시경제 대응이 모두 뒤죽박죽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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