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자들 “사고 당시 3~5회 작업할 양 잡아”
8일 제주 해상에서 27명이 탄 어선이 침몰해 해경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주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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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사망·실종자 등 큰 인명피해가 난 135금성호(129t)의 침몰 원인이 ‘과다 어획’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배는 8일 오전 4시 31분경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고등어를 잡다가 침몰했다.
10일 제주해경은 “구조자들은 공통으로 사고 당시 3~5회 작업할 양을 어획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대철 제주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사고 당일 구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유의미한 진술은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는 점”이라며 “당시 금성호가 그물이 묶여 있던 선체의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과정에 이 부분이 영향을 줬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운반선이 한 번 운반할 때 약 200t 정도를 운반한다. 한 차례 운반선으로 어획물을 옮긴 뒤 그다음 운반선이 바로 대기하고 있었다는 걸 보면 많은 어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사고 원인을 확정 지을 순 없어 순간적으로 복원성을 잃어버린 원인을 다각도로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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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물 두 번째 배 옮기는 작업 중 복원력 잃어”
사고선박인 135금성호 운항 모습.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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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성호는 사고 직후 조사에서 어획물을 한 차례 운반선으로 옮긴 뒤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다 복원력을 잃고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에 따르면 선단은 보통 본선 1척과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이 무리를 이뤄 조업한다. 침몰한 금성호는 6척의 선단 어선 중 ‘본선’이다. 본선에서 길이 약1200~1400m의 그물을 펼치고 등선에서 조명을 켜 고등어·삼치·정어리 등을 그물 주위로 모은다. 이후 본선에서 그물을 조여 어획물을 가두는 식이다. 그런 다음 운반선이 본선에 다가가 물고기를 옮기는 작업을 한다.
사고 당시엔 본선 우측에서 그물을 조여 어획물을 가둔 뒤 운반선이 자체 크레인을 이용해 고등어를 옮겼다. 이후 두 번째 운반선이 다가오는 과정에서 본선이 복원력을 잃고 전복됐다. 해경은 구조된 선원은 물론 다른 선단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선체를 인양한 뒤엔 배의 구조적 결함 여부도 따져볼 계획이다.
김주원 기자 |
한편 해경은 실종자 수색에 전력하고 있다. 수색 사흘째엔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로써 남은 실종자는 10명이 됐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 3시52분쯤 해군 청해진함 원격조종수중로봇(ROV)이 수중 수색하던 중 바닷속에 가라앉은 선체 주변에서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시신 인양 작업은 이날 오후 6시20분부터 8시14분까지 진행됐다. 해경은 500t급 함정으로 시신을 제주항으로 옮겨 지문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다.
해경은 전날(9일)에도 오후 9시쯤 금성호 선체 주변 해저면 92m 지점에서 한국인 선원 갑판장 이모(64)씨 시신을 수습했다. 해경 측은 다른 실종자들도 선체 주변이나 그물에 엉켜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선원들이 착용한 방수 작업복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가면서, 무게 때문에 바다 바닥까지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 가라앉은 배는 현재 뒤집히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똑바로 해저 지면에 안착한 상태다. 다만 수중 조류의 영향이 있어 향후 위치는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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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잠수 가능 심해잠수사 투입 예정
8일 제주 해상에서 27명이 탄 어선이 침몰해 특수구조단 등 잠수사 27명이 투입돼 수중 수색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잠수사가 어선과 연결된 그물을 수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주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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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해역에서는 실종자 10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해경은 해수유동예측시스템 결과를 토대로 수색 구역을 37㎞×19㎞에서 51㎞×19㎞로 확대해 수색하기로 했다. 다만 해경은 사고 해역 주변의 기상 상황을 지켜보며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수심 100m 내외의 잠수가 가능한 심해잠수사 12명과 작업에 필요한 크레인 바지선은 10일 정오에 현장에 도착해 대기 중이다. 해군 구난함인 광양함과 청해진함의 해경 잠수사 27명도 인근에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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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 “한솥밥 먹던 형·동생 사이...살아 돌아올 것”
부산 선적 135금성호(129t·승선원 27명) 사고수습대책본부가 마련된 제주 한림항 선원복지회관. 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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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구조 작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금성호 항해사 이태영(41)씨는 “직책을 떠나 형·동생 사이로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고, 누구라도 그랬을(구조에 나섰을) 것”이라며 “살아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당시 선원들을 먼저 구명장비에 태우고 마지막에 배에서 빠져나왔다.
한편 부산선적 선망어선인 금성호는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침몰했다. 어선에는 한국인 16명과 인도네시아인 11명 등 27명이 승선 중이었다. 사고 직후 같은 선단 어선에 의해 15명(한국인 6명·인도네시아인 9명)이 구조됐으나 한국인 2명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실종자 12명(한국인 선원 10명‧인도네시아인 선원 2명) 중 현재(10일 오후 11시 기준)까지 한국인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최충일·황희규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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