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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머스크 한마디에 伊정치권 갈렸다…'이주민 문제' 참견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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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트럼프 지원 유세 참석한 일론 머스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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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의 ‘특급 공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민감한 현안에까지 참견해 논란을 빚고 있다.

머스크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탈리아 법원이 알바니아로 이송된 이주민 구금을 불허했다는 포스트를 공유하며 “이 판사들은 나가야 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과거 비인도적인 이주민 대응책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곧바로 “일론 머스크가 옳다”고 답장을 보냈다.

살비니 부총리는 내무장관이던 2019년 8월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이주민 147명을 태운 국제구호단체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3주간 막아 납치와 직무 유기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야권은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이탈리아 문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간섭”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탈리아 안사(ASNA) 통신은 머스크의 한마디에 이탈리아 정치권이 두 쪽으로 갈렸다고 꼬집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에서도 머스크의 발언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FdI 소속의 파비오 람펠리 하원 부의장은 “머스크의 말은 사법부와 충돌을 부추길 수 있기에 부적절하다”며 “머스크에게 감사하지만 우리는 이탈리아의 중요한 문제를 국제적 문제로 키워 국가를 조롱하는 좌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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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론 머스크 엑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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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1일 로마지방법원 이민전담재판부는 이탈리아가 알바니아로 이송한 두 번째 이주민 그룹의 출신국인 방글라데시와 이집트를 안전 국가로 간주할 수 없다며 7명 모두를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로마지방법원은 지난달 이송된 첫 번째 그룹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구금을 불허한 바 있다.

안전 국가란 송환되더라도 해당 국가 정부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국가를 말한다.

이탈리아가 지난해 11월 알바니아와 맺은 협정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자국 해역에서 구조한 이주민 가운데 안전 국가 출신만 알바니아 시설로 보낼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안전 국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22개국에서 19개국으로 줄이는 법령을 승인한 뒤 이주민 이송을 재시도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알바니아에 건설한 이주민 센터는 지난달 개소했다. 한 번에 최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법원의 구금 불허 결정이 잇따르면서 현재는 텅 빈 상태다.

한편 머스크가 남의 나랏일에 공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면서 불법 이주민을 이탈리아에 내려주는 비정부기구(NGO)를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이탈리아에 대한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지난주에는 독일 ‘신호등 연정’이 붕괴하기 직전 자신의 엑스 계정에 독일어로 “올라프는 바보”라고 적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조롱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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