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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초유의 '직무대리 검사' 퇴정 명령…법원 적법성 판단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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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정착된 제도" vs "잘못된 관행 바로잡아야"…법조계 의견 분분

검찰, '불공평 재판 염려' 법관 기피 신청시 2~3개월 재판 중단될 수도

연합뉴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연합뉴스TV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류수현 기자 = 지난 11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부가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출석한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수십년간 정착된 제도"라거나 "잘못된 관행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퇴정 명령'에 불복하며 법관 기피 신청 의사를 밝히면서 '직무대리 검사'의 위법성 여부가 법적 판단을 받을지 주목된다.

◇ 재판장 "이중 직무대리는 위법" vs 검찰 "법률·규정에 명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의 직무대리(위임)는 검찰청법, 검사인사규정, 검찰근무규칙에 명시돼 있다.

검찰청법 제7조2는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할 수 있다"고 직무 위임을 규정한다.

검사인사규정 15조에도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및 지청의 장은 각 소관 검찰청의 소속 검사 서로 간에 그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직무대리 규정이 있다.

나아가 검찰근무규칙 4조는 "직무대리 기간을 정해 명하되 그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한 때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기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22년 9월 관련자들이 처음 기소된 이후 성남지원에서 2년여간 재판 중이다. 피고인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사건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에서 받고 있다.

기업인과 공무원들이 기소된 성남지원 공판에는 당시 성남지청 수사팀 검사들이 출석하고 있는데, 수사 검사 4명 모두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부산지검,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각각 인사 이동돼 재판 때마다 '직무대리' 발령을 받고 있다.

특히 A 검사는 부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직무대리 발령받은 다음, 성남지원 재판 때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1일 직무대리' 발령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해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 유지해야 할 중요 사건에서 수십년간 정착되어 온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 재판부는 A 검사의 '이중 직무대리'를 두고 "검찰청법 5조(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를 위반한 것이며, 검찰근무규칙 4조를 남용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형식적 법 해석", "관행이 꼭 옳은 거 아냐"…엇갈린 의견

이를 두고 법조계 의견도 분분하다.

재판장이 관련 법률을 과도하게 형식적으로만 해석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된 잘못된 관행을 이참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합뉴스

검찰, '성남FC 의혹' 압수수색
(성남=연합뉴스) 2022년 9월 2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2022.9.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 검찰 관계자는 "한정된 사법 자원으로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인사 난 검사에게 맡았던 사건 재판에서 공소 유지토록 하는 것을 편법이라고 보는 건 법을 너무 형식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1일 직무대리'나 '이중 직무대리'를 금지한 규정이 없다고도 강조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청법 등에 따른 1일 직무대리 발령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옛날부터 수사 검사가 발령 나도 담당 사건을 다시 수행하러 오곤 했다. 해당 재판장이 법률 해석을 제한적으로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수사 검사가 공판에 참여해야 하는 불가피성은 인정되나 그동안 너무 관행적이었다. 눈가리고 아웅 아닌가"라며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재판에서 상황이 비슷한데,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사 1일 직무대리 발령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긴 했으나 명문화된 관련 규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관행이라고 해서 꼭 옳은 건 아니고 그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어서 입법을 통해 명문 규정을 두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 법관 기피 신청하면 '직무대리' 위법-적법 판단될 듯

검찰은 지난 11일 법정에서 허 부장판사의 퇴정명령에 불복해 이의 제기함과 동시에 '법관 기피 신청' 의사를 밝혔다.

기피 신청 이유로는 형사소송법 18조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 지연 목적의 기피 신청일 경우 해당 법관이 이를 간이 기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재판부가 기피신청 사건을 배당받아 검사 의견을 검토한 뒤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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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남FC 의혹'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2022년 9월 16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두산건설과 성남FC, 성남시청 사무실 등 20여곳에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 수색을 벌이고 있다. 2022.9.16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럴 경우 성남지원에서는 형사2부(이진혁 부장판사)가 이를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의 편향된 소송 지휘, 퇴정 명령에 근거로 삼은 직무대리 관련 법률과 규정에 대한 편향된 해석 등을 기피 신청 사유로 정리해 법원에 제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피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서 허 부장판사의 '퇴정 명령'의 적절성 또는 '직무대리' 위법성을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법관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해당 사건의 재판 절차는 즉시 중단된다. 1심 법원의 결정 이후 항고 및 재항고 절차까지 거친다면 중단 기간은 최소 2∼3개월일 것으로 예상된다.

young86@yna.co.kr

연합뉴스

수원지법 성남지원
[촬영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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