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선원들 “평소 3~5회 작업분을 한번에 했다”
실종자 가족들, 사고 해역으로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9일 사고 해역 인근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한 해경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제주지방해양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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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다 침몰한 고등어잡이 어선 ‘135금성호(금성호)’에 대해 경찰이 평소보다 많았던 어획량 때문에 선박이 뒤집혔을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이다.
9일 제주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수사 브리핑에서 김대철 제주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사고 조사 과정에서 금성호 선원들이 ‘3~5회에 걸쳐 진행해야 할 어획량을 사고 당일 한 번에 작업했다’고 수차례 진술했다”며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으로 인해 금성호가 복원력을 잃고 전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쯤 제주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km 해상에서 129t급 어선 금성호가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이 어선엔 한국인 16명과 인도네시아인 11명 등이 타고 있었고, 사고 직후 15명은 인근 어선에 구조됐으나 이 중 50대 한국인 2명이 숨졌다. 나머지 12명은 실종됐다.
금성호는 여러 배가 역할을 나눠 고등어·정어리 등을 잡는 선망 어선 중 하나로, 당시 금성호를 포함해 어선 6척이 선단(船團)을 이뤄 조업했다. 본선인 금성호가 그물을 내려 고등어를 잡으면 운반선 3척에 교대로 옮겨 싣고, 나머지 2척은 불빛을 비추는 역할이었다.
해경은 금성호가 운반선에 잡은 고등어들을 1차로 옮긴 뒤 다음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고등어를 잡아 둔 그물 쪽으로 선체가 순식간에 뒤집힌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철 수사과장은 “운반선으로 고등어를 옮긴 후에도 본선(금성호) 그물 내에 많은 고등어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어획량 외에 금성호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어업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있었는지도 다양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선원 대부분은 갑판에서 잡은 고등어를 운반선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해경은 선원들이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던 점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선원들이 일체형 작업복에 장화를 신기 때문에 구명조끼까지 입는 건 불편했을 것”이라면서도 “작업복을 입은 상태로 물에 빠지면 피해가 커질 수 있는만큼,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구조나 수색이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사라진 실종자 12명을 수색 중이다. 사고 해역에 해경과 해군, 민간 어선 등 53척과 항공기 9기가 투입됐으며, 해안가에는 해경과 군, 경찰, 소방 등 인력 400여 명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해경은 오는 10일 밤 수심 1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잠수사 12명도 제주에 도착하는대로 사고 해역에 투입할 방침이다. 또 해경은 해군의 원격 조종 수중 로봇을 투입해 침몰한 135금성호의 정확한 위치와 형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날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이들을 500t 함정에 태워 사고 해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구조와 수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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