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군 안성면 일대에서 천마를 수확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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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하늘이 내린 음식’이란 말을 한다. 음식이 맛도 있는데 효능까지 확실한 경우다. 이럴 때 꼭 등장하는 것이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효능. 그리고 “~카더라”는 식의 구전되는 이야기로, 누구누구는 이렇게 효과 봤다더라 하면서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 이렇게 어떤 식재료는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효능이나 기록에 등장하는 어떤 환상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천마 다.
천마는 마(麻 )가 아니다! 하늘에서 내린 ‘마비를 풀어주는 식물’이란 뜻의 이름 천마. 왠지 우리에게 친밀한 마와 비슷한 식물일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난초과 식물이다. 자연적으로 자생하던 천마는 봄·가을 심마니들의 쏠쏠한 부수입이 되었을 정도로 비싸고 귀한 약재였다. 지금은 전북 무주, 진안 일대에서 재배에 성공해 일정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가을 천마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 가장 크기가 크고 튼튼한 상태로 거둬들일 수 있는 최상급의 식재료다.
여름에 아스파라거스 비슷하게 생긴 꽃대가 올라오는 것 말고는 계속 땅 속에 산다. 햇빛이 필요 없으며, 버섯처럼 균으로 자라는 특이한 작물이다. 중풍같이 마비가 온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 말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원료로 인정받아 식재료라기보다 약재로 더 많이 인식되기도 한다.
처음 천마를 본 건 가공된 가루 형태였는데, 뇌건강에 좋다고 해 먹어본 게 전부였다. 요구르트에 타먹었는데, 어떤 맛이 있다기보단 그저 고운 가루 느낌이었다. 요즘은 천마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효능에 대한 소문이 퍼진 탓인지 원물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생긴 건 기다란 고구마와 생강을 합체해 놓은 것처럼 보이고 맛은 감자같다. 특이한 향이 있는데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서양의 블루치즈와 비교해야 할까? 아무튼 이 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쉐프는 천마를 삶아낸 후 진액을 뽑아 에스푸마(거품) 형태로 요리해 손님상에 낸다. 진진의 왕육성 쉐프는 새우와 섞어 튀기는 멘보샤 메뉴를 만들었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업계의 오랜 장인들에게는 천마 요리가 간단할 수 있으나 일반인이 집에서 요리할 땐 전혀 그렇지 않다. 천마는 냉장고에 보관해도 3주를 못 간다. 실온에선 일주일 안에 상해버린다. 그래서 삶거나 찐 다음 진공팩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꺼내서 요리하는 방법이 가장 제격이다.
특유의 천마향은 쉽게 익숙해지기 어려운데, 효능을 생각하면 견뎌야 할 것 같다. 간장과 함께 졸이거나 기름과 함께 구우면 향이 많이 날아가니 이 방법을 추천한다. 실제로 무주에선 갈비나 불고기, 삼겹살 등 고기 요리에 천마를 곁들여 구워 먹는다. 천마는 수확 후 신선한 상태에서는 향이 따로 없다가 시일이 지나면서 계속 냄새가 생긴다. 때문에 무주 현지에서 제철에 먹는 천마는 가을 보약이 따로 없다. 토종닭 백숙에 천마를 곁들여 끓이니 살짝 쓴맛이 나는 게 오히려 수삼이나 황기보다 자연스럽다. 껍질째 먹는 천마의 식감은 감자같이 쫀득하고 단맛도 배어난다.
개인적으로 천마를 맛있게 먹는 최고의 방법은 갈비찜인 것 같다. 간장과 설탕, 청주를 넣고 천마를 함께 푹 쪄서 만들면 고기맛을 느끼하지 않고 상쾌하게 향상시켜 준다. 부드럽게 잘 쪄진 고기를 살짝 뜯어 간장 양념이 잘 밴 천마를 같이 씹으면 식감의 균형도 좋다.
식재료에 약용 성분을 언급하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모든 식재료는 나름의 효능이 다 있고, 반대로 뭐든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자기에게 맞는 식재료와 음식의 효능은 스스로 잘 알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연산 천마는 산삼에 버금가는 취급을 받을 만큼 귀하고 재배도 무척 까다롭다. 언젠가는 천마를 지금의 흔한 수삼과도 같은 식재료로 수퍼마켓에서 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함께해 주신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홍신애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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