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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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건물 옥상에서 칼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우인성) 심리로 열린 최씨의 살인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생명을 살리는 공부를 했던 피고인이 되려 피해자의 생명을 영원히 앗는 살인범이 되었고, 마지막까지 피고인과 함께 살 계획을 세우던 피해자는 자신의 이름 석 자 대신 ‘피해자’ 석 자로 남게 됐다”며 “남은 생을 사형수로 참회의 시간을 보내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사는 “피해자 상처 부위 중 한 곳을 집중적으로 찔러 피고인이 살해 당시 격분해 피해자를 공격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이 사건 범행의 잔혹함은 정유정과 같고, 범행의 동기는 전주환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행 직후 자백하지 않은 이유를 ‘두려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라고 진술하는 등, 마지막까지 일말의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며 “형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형수로서 평생 살며 참회하도록 하는게 유족에 대해 사회가 가져야할 공감과 위로”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 5월 약 3개월간 만나던 여자친구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만난 지 2개월여 만에 혼인신고를 한 뒤 이후 피해자의 가족과 갈등을 겪자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방식이 너무 잔혹해, 피고인 신문 전 옥상 폐쇄회로(CC)TV 증거조사를 할 때엔 재판부가 잠시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최씨는 시종일관 눈을 내리깔고 양 손을 맞잡은 채 긴장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최씨는 A4용지 약 6장 분량의 최후진술문을 약 8분간 읽으며 “앞으로 잘못된 성격과 행동을 고쳐서 평생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며 “저희 부모님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주셨고, 유치장에 있는 저를 보며 ‘사죄해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하셔서 이제라도 그 가르침대로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 전까지 범죄로 처벌받거나 수사를 받은 적이 없고, 수사와 재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했으며, 유리한 처분을 위해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며 “그 누구보다도 성실히 살아온 학생인 점 등을 참작해서 행위에 합당한 형을 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유족 8명도 이날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아버지는 “5월 6일 이후 집에만 갇혀 딸의 방에서 눈물을 흘리며 산송장으로 사는 처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으로 법정에 왔다”며 “용서? 사과? 이런 단어는 돈을 못 갚았을 때나 쓰는 말이고, 제 딸이 왜 저 악마의 꼬임에 비참하게 모텔과 피씨방을 전전하다 살해당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그는 이어 무릎을 꿇으며 “이 땅에 법이 없었다면 저도 피고인에게 똑같이 했을 것인데, 저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 제발 저 살인마에게 사형을 선고하셔서 살인자들이 법을 우습게 여기고 잔혹한 범죄를 거리낌없이 자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의 어머니도 옆에 함께 무릎을 꿇은 채 한참을 오열했다.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하던 피해자의 어머니는 재판이 끝난 뒤 최씨를 향해 “대체 뭘 숨기려고 죽였니…”라며 힘없이 오열했고, 재판 내내 바닥만 보던 최씨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이를 멀뚱히 쳐다봤다. 최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0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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