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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대형병원 산과 전문의 75% '사직고려'…"과중한 업무에 건강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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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1명 "야간 당직 응급상황 시 즉시 대처할 의료진 없어"

"권역별 분만센터 만들어 응급, 전원 문제 해결해야"

뉴스1

19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곽여성병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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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의대증원 사태에 따른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위험 산모와 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대학병원 산과 전문의 4명 중 3명은 사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 전문병원과 분만 인프라의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전날(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산과 교육 그리고 의료, 위기 속에서 길을 찾다' 세션에서 '대학병원 산과 당직과 근무 환경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정 갈등 사태로 사직을 고려하는 전문의는 전체 응답자 중 75%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이미 그만두었다'는 응답이 1%, 기타 의견 3%, '없다'는 응답이 21%였다. 기타 응답에는 '그만두고 싶어도 산모가 불쌍해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 등이 나왔다.

야간 당직 중 응급상황 시 즉시 함께 대처가 가능한 의료진 비율을 살펴보면, 참여자의 20.7%가 '없다'고 답했다. 야간 당직 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처치가 곧바로 가능한 전문의료진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분만, 수술, 환자 처치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직 시 대처가 어려웠던 상황을 묻는 질문에서 84.7%는 '산후 출혈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인력 부족'을 꼽았다. '의료사고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54.1%, 타병원 전원의 어려움이 29.7%로 뒤를 이었다.

한 전문의는 "24주 쌍태임신의 양막파열로 전원이 필요했으나 중환자실 문제로 4시간 동안 문의가 이뤄지지 않아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본원에서 분만했다"며 "해당 산모가 분만 후 '죄송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비통함과 좌절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월평균 당직 일수는 6.4일이었으며 45%는 월 11회 이상, 26.6%는 한 달에 20일 이상 온콜(on-call) 당직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14%는 '한 달 내내 온콜 당직'이라고 응답했다.

신체·정신 건강과 관련한 질문에서 80% 이상은 '건강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18%는 신체 건강 관련 진료를 받았으며, 14%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상담 또는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당직 체계에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는 73%가 '응급상황에 대한 전문인력 등 안전망 확충'을 꼽았다. 다음으로 '당직비 인상' 49.5%, '당직 후 휴식 보장' 48.6%, '당직 의사 충원' 48.6%로 나타났다.

산과 전문의들은 분만 인프라를 회복하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역별로 권역별 분만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산과의사와 신생아중환자실이 각 병원에 나뉘어있는 상황보다 권역별 전문병원을 만들어서 모여서 일하는 것이 응급과 전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른 응답자는 "결국 뭉쳐야 한다. 대학병원에 산과 전문의가 1~2명씩 근무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응급과 전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분만 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과 전문의들은 "비용지원이 아닌 공공의료 성격을 띤 산모 이송 체계에 대한 상황실을 운영하고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보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 3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으며 지난 3월 기준 전국 대학병원에서 산과 전문의(전임의 이상)으로 근무한 의사 111명이 참여했다. 이 중 여자는 76명, 남자는 33명이었으며 이들의 평균 근무 연차는 14.5년이었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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