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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지평선] ‘아메리카 퍼스트’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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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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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곧 미국 우선주의는 대외정책에서 미국 외 문제에 대해 불필요하게 개입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 정책 추구의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을 일컫는 포괄적 이념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미국의 불개입을 위한 중립 논리로 이 모토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공화ㆍ민주 양당 정치가들에 의해 필요에 따라 정치 모토로 부침을 거듭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2016년 첫 대선에 출마하면서 핵심 슬로건으로 부활시켰다.

▦ 트럼프가 1기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밝힌 미국 우선주의 배경은 이렇다.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은 우리의 산업을 희생해서 다른 나라를 부강하게 했고, 우리 국방을 궁핍하게 만들며 다른 나라 군대를 지원했으며 우리 국경 방어를 포기하고 다른 나라 국경을 지켜줬다. (중략) 앞으로 미국의 통상과 세제, 이민, 외교 등 모든 정책은 미국 근로자와 미국 가족들의 이익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하는 게 맞다"고도 덧붙였다.

▦ 미국 우선주의, 또는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관계에서 부정하기 어려운 실질을 반영하고 있는 건 맞다. 어떤 나라의 대외정책이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국 우선주의 강조는 국제사회가 단순한 이익 추구로 각국이 무한투쟁을 벌이는 전장(戰場)으로 전락하는 걸 견제해온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력화하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전후 ‘세계의 등대’로서 미국이 추구해온 자유와 평화, 정의, 인류애, 공존공영 등이 그런 가치의 목록들이다.

▦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세계무역기구(WTO)나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 탈퇴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러시아 우선주의가 극단적 형태로 발현된 것인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2기를 맞아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맹위를 떨치게 되면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로서는 역내 안보도 걱정이지만, 자칫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국제전에 휘말리는 재앙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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