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0월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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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또 낮추면서 한국은행(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물가 안정세가 뚜렷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둔화한 터라 경기 부진을 완화하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 여건은 진전됐지만, ‘트럼프 재집권’ 영향에 따른 강달러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명분은 한은의 전망치(0.5%)를 크게 밑돈 3분기 성장률(0.1%)이다. 한은은 오는 28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눈높이를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4%)보다 낮은 2.2∼2.3%로 예상했다.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한 긴축 완화 압력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아울러 최대 변수인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이고, 물가는 9월 이후 1%대로 크게 낮아져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금융 불안 우려는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 당국으로선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 등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새로운 변수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이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예측되면서 상승세를 보이다 대선 개표가 시작된 지난 6일에는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에는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정 확대와 고율 관세, 이민 제한 등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정책들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1400원대가 뉴노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8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필요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환율 불안에 대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3.25%)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은 신중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금통위원 대다수(6명 중 5명)가 ‘향후 3개월 이내에는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포워드가이던스)을 냈다. 올해는 물론 내년 1월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부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불안 등 트럼프 재집권 여파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을 강화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정책 기조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 충격은 수출 부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당장 내수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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