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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을 시도하다가 파산한 기업 관련 펀드에 27억원을 투자했던 개인투자자가 하나증권을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증권사 측이 펀드 판매과정에서 상품의 수익률, 원금손실 위험성 등을 허위로 고지한 사실이 인정돼서다.
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지난 9월 말 개인투자자 A씨가 하나증권과 하나증권 전직 직원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하나증권과 B씨가 공동으로 A씨에게 펀드 가입대금 27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3월 하나증권 지점에 방문해 B씨의 설명을 듣고 주식회사 씨엔아이의 전환사채와 구주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펀드에 가입했다. 씨엔아이가 발행 예정인 전환사채(CB)와 이미 발행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해, 추후 상장 또는 전환사채에 대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상품이었다.
투자 대상인 씨엔아이의 상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씨엔아이는 2020년 8월에도 조기상환청구에 따른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고, 2022년 2월에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석 달 뒤 자진 철회했다. 이듬해에는 수원회생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당시 선순위 채권자조차 전액 변제를 받지 못해, 펀드 측이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은 없었다.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펀드 가입 당시 투자 기간 2년, 투자수익률 10%, 상장될 경우 20% 이상'이라는 설명을 들었으나, 실제 투자 기간은 3년이고 수수료 공제 시 수익률은 4~5%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나증권 측이 적절하게 설명했다는 취지로 답하며 소송이 시작됐다.
피고 측은 A씨가 펀드 가입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은 씨엔아이의 부도 가능성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현실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펀드 설정일 2년 후부터 전환사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더라도, 똑같이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니 손실과 허위 설명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판매하면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의 거짓 설명으로 설명의무와 부당권유 금지원칙 위반, 사용자책임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 성립한다 하더라도 적합성 또는 적정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의무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펀드 가입계약에 사기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봤다. B씨가 사건 펀드 가입계약 권유 당시 원고에게 변조된 교부설명서를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펀드 투자 여부를 좌우할 핵심적인 요소인 펀드의 최소수익률, 원금손실 가능성을 허위로 알리는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해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 회사를 상대방으로 한 이 사건 펀드 가입 의사표시에는 사기 취소 사유가 있다"라며 "원고가 피고 회사에게 증명 우편을 보내 취소권을 행사하면서 펀드 가입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됐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이 사건 펀드 가입금액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펀드 가입 권유 당시 설명을 부족하게 하거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교부설명서를 변조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자행했다"라며 "고의적인 기망행위에 따른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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