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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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7일 약 140분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사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들이 쏟아진 상황을 반영하듯 기자들의 질문과 윤 대통령의 답변은 이런 이슈들에 집중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쏟아낸 말 가운데 김 여사, 명씨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의 과거 행적으로 윤 대통령이 이날 한 발언을 반박할 수 있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윤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법률로는 뭐든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다.”
2016년 11월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원내교섭단체 중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만 부여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특검 추천 권한이 없었다. 당시 특검법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해 2명의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수사 대상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야당 추천 특검 후보자 2명 중 1명을 고를 권한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는 새누리당도 합의한 내용이다.
최순실 특검법에 의해 출범한 특검의 수사팀장이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대로라면 본인이 위헌적 법률에 기반해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벌였다는 말이 된다. 최순실씨는 야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준 특검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의 제정 배경과 수사대상에 대통령이 포함될 수도 있었던 사정, 여야 합의의 취지, 이 사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여러 보완 장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특검법, 내곡동 사저 특검법도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여당을 특검 추천에서 배제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17일 세번째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도 여당인 국민의힘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추천한 특검 후보자 가운데 대통령이 3일 이내에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사과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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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본적으로 검찰이 수사해서 어떤 의혹이 있다면 검찰 수사가 그 의혹을 제대로 규명을 못 하고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할 때는 딱 그 점에 대해서 특별검사를 한다면 또 모르겠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게 끝나면 그때야 특검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발언을 반박할 전례는 많다. 과거 도입된 특검 중 6건이 기존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과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 대통령이 수사팀장을 맡았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다. 당시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검이 출범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기록을 모두 특검에 넘겼다.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 간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시민 다수는 검찰 수사를 불신한다. 지난달 15~17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3%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검찰이 자초한 탓이 크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수사 의뢰를 받은 뒤 지난 9월까지 9개월 동안 검사가 배치되지 않은 수사과에 이 사건을 맡기면서 사실상 방치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6일 검사 4명을 뒤늦게 추가로 파견해 수사팀을 11명까지 늘렸지만, 특별수사팀이란 명칭을 쓰지 않고 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정식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해야 한다는 검찰 내 목소리도 있지만 대검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창원지검은 오는 8일에야 명씨를 처음 소환한다. 하지만 검찰은 명씨와 윤 대통령·김 여사 간 통화 녹음파일이 담겨있을 것으로 보이는 명씨의 휴대전화조차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의 초점 역시 여전히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간 수상한 돈거래에 머물러있는 모습이다.
시민들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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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통상 수사나 이런 검찰 업무에 대해서도 이렇게 한번 털고 간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일사부재리라는 것을 적용한다. 그것을 반복하지 않는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이미 과도하게 이뤄져 특검 수사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발언 역시 과거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활동 이력으로 반박이 가능하다. 주가조작 사건을 일으킨 BBK의 대주주였던 다스(DAS)라는 회사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계속 제기되자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다음 17대 대선을 2주 앞둔 2007년 12월5일 이 전 대통령을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에 길을 터준 셈이다. 17대 대선 직후인 그해 12월28일 출범한 정호영 특검 역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이 전 대통령을 이른바 ‘꼬리곰탕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의혹이 계속되던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하면서 3번째 수사가 이뤄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대적인 수사 끝에 2018년 4월9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확인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관저에서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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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미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별건의 별건을 수도 없이 이어가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조사했다.”
윤 대통령의 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전 정권에서 탈탈 털었지만 김 여사를 기소조차 못하지 않았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도 청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검찰은 김 여사처럼 계좌주 지위에 있는 이들에 대해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계좌주 중 한 명인 이모씨에 대해서는 2021년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김 여사는 계속 검찰 출석을 거부하다 결국 지난 7월 대통령경호처 관할 건물로 검사들을 불러 ‘출장조사’를 받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7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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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청이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국가 안보 문제가 있을 땐 보안폰을 쓰지만, 통상적으로 공무원이나 장·차관과 국가 안보나 이런 것이 아닐 땐 제 휴대폰을 쓴다.”
이 말은 윤 대통령의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실 입장과 배치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 경찰 이첩이 갑작스레 보류됐던 지난해 8월 초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4차례(8월2일 3회, 8월8일 1회)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자 지난 5월31일 해명하면서 “통화 내용이 주로 우즈베키스탄과 방산·국방 협력에 관한 내용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간 통화가 채 상병 사망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지난해 8월2일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가 경찰에 인계됐다가 회수된 날이자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된 날이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다음 날인 지난해 8월9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 재검토에 착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발언과 달리 방산·국방 협력과 같은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도·감청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실이 어떤 이유에선가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간 실제 통화 내용을 숨겼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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