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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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일(현지시각) 신호등 연정의 한 축인 자유민주당(FDP)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 해임 결정을 하면서 사실상 연정이 붕괴됐다.
숄츠 총리는 도널드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은 6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린드너 재무장관 해임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해 1월15일 연방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도 부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린드너 장관은 너무 자주, 부적절한 방식으로 법을 막아왔다”며 “(그는) 너무 자주 사소한 당파적 전술에 관여했고, 너무 자주 나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말하는 등 린드너 장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렸다.
이러한 발표 직후 린드너 장관이 속한 자유민주당도 현 정부에서 모든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처음 구성된 3당의 연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
숄츠 총리의 이번 결정은 경기 부양책에 대한 연정의 논의가 수 주간 부침을 거듭한 가운데 나왔다.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 소속인 린드너 재무장관은 연정을 꾸린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 및 녹색당과 불협화음을 빚었다. 린드너 장관은 증세를 반대하고, 사회 복지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과 녹색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지출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 왔었지만 린드너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고도 비판했다. 린드너 장관도 이날 “숄츠 총리는 독일을 불확실성의 국면으로 집어넣었다”며 “(그는) 새로운 경제 각성책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오랫동안 국민들의 경제적 우려를 무시해 왔다”고 맞받아쳤다.
자민당이 연정에서 빠져 신호등 연정은 의회 다수파 자리를 잃게 됨에 따라 조기 총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음 총선은 2025년 9월로 예정됐지만, 오는 1월 열릴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부결되면 헌법에 따라 3월 중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지난달 31일 기준 중도보수 성향의 야당 기독교민주연합(CDU)이 34%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고,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17%로 2위를 차지했다. 숄츠 총리의 사민당(16%)과 녹색당(11%)이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
현재로선 숄츠 총리는 소수로 구성된 정부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그는 야권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론되는 기독교민주연합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에게 독일 경제를 부양하고 군사 지출을 늘리기 위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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